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족·지인들을 통해 이 일대 건물을 사기 시작한 2017년 3월 이후 지역구도 아닌 목포를 수십 차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카 소유의 창성장이 문 연 2018년 8월 이후 손 의원이 진행한 단체 투어만 최소 네 번 이뤄졌다. 손 의원은 2017년 9월 페이스북에 '(목포와) 아무 관계없는 마포 국회의원이 주말마다 내려가 목포를 지키려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느냐'고 쓰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10월 손 의원과 목포 투어에 참가한 A씨는 "등기부등본에서 보좌관 등 측근들이 건물을 매입한 걸 보고 '게이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투자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작년 국감장서 "목포, 산토리니 될 것"

손 의원은 2017년 3월 조카 손소영씨가 이 지역에 건물을 매입한 뒤 각종 세미나와 투어에 나섰다. 그해 9월엔 유튜브 채널 '손혜원이 묻고 전우용이 답하다― 목포의 눈물' 편에서 "지금 문 대통령은 도시 재생에 굉장히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목포엔 이런 역사적 가치를 가진 공장이나 집들이 아직 다 살아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조금만 참으면 좋게 될 것"이라고 했다.

손 의원이 목포 구도심을 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해 발언한 내용도 확인됐다. 2017년 11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예결심사소위에서 "목포 같은 데 목조 주택이 그대로 다 있다… 복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문화재청에 신청해 그 사람들이 일을 하게 하면 안 됩니까?"라고 했다. 손 의원은 지지자들과 촛불 1주년 기념 목포 여행도 다녀왔다. 창성장이 문 연 작년 8월 뒤에는 수시로 단체 투어를 주도했다. 의원실 직원들이 창성장에서 워크숍을 가졌고, 10월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들이 단체 여행을 했다. 11월엔 모교인 숙명여고 62회 동창 40여명과 목포를 다녀갔다. 10월 국감에선 "이곳이 한국의 산토리니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손 의원이 직접 와 건물 팔라 했다"

"1억2000만원에 팔았다고요? 가만 안 놔둬 불랑께. 그 말은 거짓 해명이오."

16일 목포 행복동에 사는 한 건물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손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 때문이다. 손 의원은 '소영(조카)이 집과 붙어 있는 똑같은 회색 집이 지난해 말 팔렸다고 한다. 이 집 판매 가격이 1억2000만원이라 들었다'고 썼다. 하지만 회색집 건물 주인 여성은 "사실이 아니다. 팔지 않았으니 현 시세가 얼마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손 의원이 찾아와 '건물을 팔지 않겠느냐' 제의했지만 거절했다"면서 "동네 주민들이 이 거리 주인공이 돼야 상생이지, 외지인들에게 부동산이 넘어가면 발전하지 못한다"고 했다.

손 의원 투기 의혹에 대한 소문도 인근에 파다했다고 한다. 주민 정모(64)씨는 "문화재 등록 이전에 산 건물이 등록을 기점으로 치솟았는데 투기를 의심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했다. 창성장 근처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최모(84)씨도 자신의 건물이 2배가량 올랐다고 했다.

◇"문화재 안 됐으면 시세 변동 없었다"

김란기 문화재 전문위원은 "아직 투기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문화재 등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런 일을 한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최근 해당 지역을 돌아본 부동산 투자 컨설팅업체 대표는 "낡은 1~2층 건물에 노래방·페인트점 등이 다닥다닥 붙은 시골 읍내인데,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면 시세 변동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 부동산 투자상담사는 "종로 익선동이나 경주 황리단길처럼 관광 지역이 될 것으로 내다본 듯하다"고 했다.

'도시 재생을 위한 노력이었다'는 손 의원 주장에 건축가 김인철씨는 "도시 재생이란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재생으로 생긴 이익을 공익에 맞게 재투자하느냐가 관건인데, 지인들에게 '네가 가서 살라'는 식의 권유는 나쁘게 보면 '알박기'란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