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들은 15일(현지 시각)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이후 영국 정부가 어떤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안갯속이라고 분석했다. 현재로서는 아무런 조건 설정 없이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EU와의 재협상, 제2 국민투표 실시, 브렉시트 시기 연기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영국 정치권의 합의안 부결이 영국뿐 아니라 EU를 넘어 세계를 혼돈으로 밀어넣은 것이다.

◇메이 총리 불신임안 투표

야당의 발의로 16일 저녁(한국 시각 17일 새벽) 치러질 내각 불신임 투표가 일단 변수다. 투표를 앞두고 영국 언론들은 불신임안이 부결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여당인 보수당 안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거 반대표가 나왔지만 정권을 노동당에 넘겨주기를 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보수당 내 반(反)메이 진영의 좌장 격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도 "메이 총리를 지키겠다"고 했다.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도 메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두 당은 원내 과반수(650석 중 327석)를 확보하고 있다.

◇메이의 '플랜 B'

메이 총리는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으면 21일까지 '플랜 B'를 내놓아야 한다. 메이 총리는 EU와 합의안을 재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안을 만들어도 의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안을 반대한 이유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기 때문에 접점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은 당분간 EU의 관세동맹에 머무른다는 기존 합의안에 대해 '결별 강도가 약하다'며 불만이었고, 이와 정반대로 EU 잔류를 원하기 때문에 합의안에 반대한 의원도 적지 않다.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합의안 부결 소식을 듣고 "합의가 불가능해진 것 같다"고 했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일단 합의안이 불발된 이상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딜이 되면 EU와의 교역 시 지금처럼 무(無)관세를 적용할 수 없다. 갑작스러운 관세 부과로 물가가 치솟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영국은 다른 모든 나라와 개별적으로 무역 협정을 맺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영국중앙은행은 노딜 브렉시트 시 영국 GDP(국내총생산)가 8% 감소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보수당 내 강경파는 "노딜 브렉시트의 공포가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제2 국민투표와 브렉시트 연기 가능성

영국과 EU는 어떻게든 머리를 맞댈 것으로 예상된다. 대안을 단기간에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기 연기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일간 가디언은 EU가 브렉시트 시기를 7월로 미루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는 제2 국민투표를 실시해 EU 잔류가 반수 이상 나오면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달 초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6%가 EU 잔류를, 39%가 브렉시트를 원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국민투표로 결정한 민의를 뒤집는 것이 민주주의에 어긋난다며 브렉시트를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 데다, 의회 안에 EU와 신속한 결별을 원하는 강경파가 적지 않아 제2 국민투표를 실시할지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일간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 논의되는 모든 대안이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브렉시트 연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