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바른미래·정의당 "조양호 재선임 반대" 주장
국민연금 이용한 대한항공 흔들기
'땅콩회항' 박창진 전 사무장 "정의 보여달라"

"한진 사주 일가의 갑질, 불법, 탈법으로 대한항공의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대한항공 사태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연금은 (조양호 대표)이사 해임을 청구할 수 있고, 회사에 끼친 손해 배상 주주 대표 소송을 할 수 있다."(윤소하 정의당 의원)
"이번 대한항공·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조치가 나와야 한다."(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1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대한항공 대표이사직 재선임에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대표이사로 다시 선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임’이라는 단어가 주로 쓰였다.

이날 오전 8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오는 2월 초 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이후 개별 상장사에 대해 주주권 행사 방향을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기금운용위의 결정을 압박하는 발언이 국회에서 나온 것이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총수 일가 물의 일으켜 기업가치 하락…이사 재선임 반대해야"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의 행태로 주가가 하락해 국민연금 가입자의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을 더 이상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물의를 일으킨 사례를 열거한 후 "이런 경우 이사회가 열려 문제된 이사를 해임했어야 하는데, 조 회장이 회사에 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에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김남근 민변 부회장(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대한항공은 총수일가가 이미지를 실추시켜 대한항공 주가가 하락했다"며 "이사회가 열려 진상을 조사하고 문제를 일으킨 이사를 해임해야 하는데, 대한항공의 이사회는 이를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박창진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장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는 국민연금이 대기업 지분을 사들여 사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에 대해서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주주권 행사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은 잘못"이라며 "국민연금 가입자와 사회 이익과 부합된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 임기는 올해 3월 17일까지다.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의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돼야 연임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9월 30일 기준으로 대한항공 지분 10.57%를 보유한 2대주주다. 1대 주주는 지주회사 한진칼(지분율 29.96%)이지만, 조 회장 등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합쳐도 33.34%로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도 참석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마카다미아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난동을 부리고 비행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하차시킨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다.

박 전 사무장은 "저는 2014년 12월 5일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인간 가치가 훼손되는 극악한 일을 겪었고, 매일 회사로 출근할 때마다 (회사에서 해고될 지 모른다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다"며 "이것이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정의를 실현해야 하고, 공정함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주주권을 행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