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탈원전, 反환경 정책…미세먼지에도 영향"
與 "국민 건강 문제를 정쟁 삼지 말라"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연초부터 여권에서 불협화음이 빚어진 가운데, 보수 야권도 16일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 재개를 주장하는 등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속도 조절’을 촉구했다. 여당 중진 의원이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기조에 반기를 든 것이다. 당내에서는 송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비등해졌다. 논란이 이어지자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는 송 의원이 지핀 ‘불씨’를 진화하는 데 나섰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이 불씨를 키우려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예종광 대만 칭화대 교수를 만났다. 예 교수는 대만에서 탈원전 정책 반대 운동을 주도해 국민투표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예 교수는 이날 한국당 의원 등을 대상으로 ‘대만의 경험으로 본 탈원전 정책과 국회, 시민운동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만 칭화대 예종광 교수 초청 조찬간담회 '대만의 경험으로 본 탈원전 정책과 국회와 시민운동의 역할'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예 교수.

예 교수는 강연에서 "대만은 지난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되면서 탈원전 정책을 주도했는데, 2025년까지 원자력을 이용한 전기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법에 명시하는 등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이 진행됐다"며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블랙아웃, 대기오염 등의 문제가 심각해졌고, 탈원전 정책이 친환경 정책이 아니라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결국 대만은 작년 11월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중단시킨다’고 규정한 전기법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안건을 두고 국민투표를 했고, 투표 결과 찬성 589만명5560표(59.5%), 반대 493만표로 가결됐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내에서도 탈원전 정책 반대 서명운동에 참여한 국민이 벌써 30만명을 넘어섰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요청에도 '정책 수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한국당도 (예 교수처럼) 공론화와 국민투표 요구에 나서겠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탈원전 정책이 반(反)환경 정책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며 "최근 미세먼지로 고통받았는데 근본적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탈원전 정책이 미세먼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데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오른쪽)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손학규 대표.

바른미래당 지도부도 이날 회의에서 탈원전 정책 관련 비판을 이어갔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국가 에너지 정책은 백년대계인데, 문재인 정부는 민주 절차와 충분한 국민 공감없이 졸속으로 탈원전에 일방통행만 보여줬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전문성 결여 등 논란이 많던 공론화위원회가 몇 번의 여론조사 끝에 내린 결론을 숙의민주주의로 포장하며 어설픈 통합만 남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독일과 스위스는 30년 넘는 공론화와 수차례 국민투표를 거쳐 탈원전을 선택했다"며 "대만은 문재인 정부처럼 졸속으로 하다가 지난해에 전력난이 생겨 원전 2기를 재가동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주장대로 신재생 에너지에 의한 전력수급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사회적, 국민적 공론화와 합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탈원전 정책에 대한 옹호 입장을 거듭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앞서 송영길 의원의 주장에 대해 "개인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은 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정책에서 큰 방향 전환을 했는데, 그것을 어느 날 뒤집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원자력 발전단가가 싸다는데 건설비용과 고준위 폐기물 처리 등 비용을 따지면 그렇지도 않다"며 "세계적으로 원전에 대한 투자는 전체의 5%가 되지 않는다. 원전감축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일본 히타치가 3조원대의 손해를 보면서도 영국 원전사업에서 손을 뗀 것도 사후관리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전력예비율 25%로 전력난 걱정도 없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한국당이) 탈원전이 미세먼지를 악화시킨다고 했다. 그러나 원전감축은 앞으로 70년 동안 시행될 문제로 앞으로 5기가 추가로 건설된다"며 "야당은 국민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