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찜질로 강추위 견디는 시골 고양이들
꾀죄죄하다고요? 살려고 입은 '생존 패션'입니다

겨울이 되자 너나없이 시커먼 털을 입은 고양이들. 이것이 한겨울 시골 고양이들 패션이다.

대체 고양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급식소에 온 고양이들이 너나없이 시커멓게 변했다. 그러나 놀랄 필요는 없다. 이것이 바로 한겨울 시골 고양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패션이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는 시커먼 롱패딩이 유행이라지만, 시골고양이들에게 압도적으로 유행하는 패션은 역시 시커먼스 패션이라 할 수 있다.

시골 고양이들의 이런 모습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걱정이 앞서겠지만,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궁이 패션에 다름 아닌 시골고양이들의 시커먼스 유행에는 다음과 같은 ‘웃픈’ 사연이 숨어 있다. 연일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속털을 부풀려 털을 찌웠지만, 털찐 것만 가지고는 이 엄청난 추위를 이겨낼 수가 없다. 해서 이맘때 시골 고양이들은 추위를 견디는 나름의 방법을 생각해냈다.

시골 고양이들은 따뜻한 아궁이에 들어가 겨울을 난다. 뽀얗던 털은 그을음과 재가 묻어 시커멓게 변할 수밖에 없다.

한겨울 추위를 피하고자 고양이들이 나무로 군불을 때 따뜻해진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 몸을 녹이곤 하는 것이다. 과거 축사를 영역으로 살던 축사 고양이의 경우 쇠죽을 끓이느라 불을 땐 아궁이 속에서 무려 다섯 마리 고양이가 찜질을 하고 나오는 모습을 만난 적도 있다. 불을 때고 나면 아궁이에는 나무가 타고 남은 재에 온기가 남고, 불에 달궈진 부뚜막과 구들장이 밤새 따끈한 열기를 발산해 아궁이 전체가 찜질방과 다를 바가 없다.

문제는 아궁이에서 밤새 찜질을 하고 나오면 사진 속 고양이들처럼 털에 그을음과 재가 묻어서 시커멓게 변한다는 것이다. 겨우내 아궁이 생활이 거듭될수록 고양이는 점점 더 시커멓게 변할 수밖에 없다. 분명 아궁이의 재가 고양이의 호흡기에 좋을 리는 없다. 그런데도 시골에 사는 고양이들에게는 불을 땐 아궁이가 추위를 견디고 몸을 지지기에는 안성맞춤인 것이다. 녀석들이야 겨울 한파를 이겨내기 위한 한 방편이지만, 급식소에서 그런 녀석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솔직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분명 안쓰러운 모습인데, 그게 또 그렇게 웃길 수가 없는 것이다.

꾀죄죄하다고 웃지 마세요. 이건 살려고 입은 ‘생존 패션’이거든요.

그래, 인석들아!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아야지. 비록 외모가 꾀죄죄해지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다. 길고양이에게는 추울 때 춥지 않는 게 급선무이고, 배고플 때 배고프지 않은 게 급선무이다. 길고양이의 겨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게 급선무인 것이다.

◆ 이용한은 10년은 여행가로 또 11년은 고양이 작가로 살았다. 1995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고, 이후 고양이의 영역을 떠돌며 고양이의 이야기를 받아 적고 있다. 저서로는 ‘안녕, 후두둑 씨’, ‘당신에게 고양이’,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등이 있으며, ‘안녕 고양이’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 ‘고양이 춤’의 제작과 시나리오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