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현지 시각) 스위스에서 개막하는 다보스 포럼에서 한국과 일본 정부가 각각 주최하는 만찬 행사가 같은 날 동시에 열리는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최근 한·일 관계 악화 속에서 양국 정부 주최 만찬 날짜까지 겹치게 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22~25일 스위스 다보스·클로스터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 기간 중 23일 강경화 외교장관 주재 만찬 행사를 연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문재인 대통령 대신 강 장관이 참석하는데 '스탠딩 만찬' 형식으로 조촐하게 우리 기업인과 국제기구 관계자 등 50여명을 초청했다고 한다.

반면 같은 시각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주재하는 '일본의 밤' 행사를 여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정·재계 인사가 대거 참석하는 만찬 행사로 추진 중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주요 글로벌 CEO들과 잇따라 회담을 갖는다.

외교 소식통은 "예년 같으면 일정을 조정해 양측 행사에 서로 참석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만큼 소통이 안 된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작년엔 한국의 밤 행사가 하루 먼저 열려 일본 관계자도 다수 참석했었다. 이 소식통은 또 "주요 초청 대상은 다르지만 같은 시각 치러지는 한국과 일본의 행사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2009~2016년엔 전경련 주최로 규모가 있는 '한국의 밤' 행사를 개최해오다 '최순실 사태'로 2017년엔 열지 않았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한 '한국 평창의 밤' 행사가 외교부 주최로 열렸다가 올해 다시 없어졌다.

정부 당국자는 "강경화 장관 일정상 '일본의 밤' 행사와 우연히 겹치게 됐지만 일본과 경쟁 구도는 아니다"라면서 "일본의 경우 정상이 주도해 규모가 크지만 우리는 참석자 간 대화가 가능한 규모라 더 내실 있게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외교 지평을 넓힐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