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화웨이 고객들의 민감한 정보를 요구할 경우 ‘노(no)’라고 말할 것이다."

미·중 무역갈등 속에서 화웨이가 서방 동맹국들의 전방위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가운데, 15일 화웨이의 창립자 런정페이(74) 회장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지난달 1일 런 회장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이 미국의 대(對)이란 무역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된 이후 약 6주 만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립자 및 회장이 2019년 1월 15일 중국 선전 화웨이 캠퍼스에서 외신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런 회장은 중국 선전의 화웨이 캠퍼스에서 외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정부가 화웨이 고객이나 그들의 통신망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요청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런 회장은 화웨이가 통신장비에 스파이 칩을 심어 중국 정부의 첩보 활동을 돕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중국 정부와 주기적인 접촉을 한 적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그는 "나는 조국을 사랑하고 공산당을 지지한다"며 "그러나 세계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정치적인 신념과 화웨이 경영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런 회장은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해서는 "화웨이는 중국과 미국간 무역 분쟁에서 참깨 씨앗도 못한 존재"라며 화웨이의 역할을 축소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우며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에 이익이 되는 대규모 감세 정책을 단행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런 회장은 "해외 기업과 국가들이 미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가 충분한 세금을 확보하기 위해 그들을 잘 대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 회장은 2015년 이후 약 4년 만에 해외 언론들과 공식 인터뷰를 가졌다. 블룸버그는 "런 회장의 등장은 성장하는 중국 첨단기술력의 최대 상징인 화웨이가 받은 타격의 깊이를 드러낸다"고 보도했다.

상하이의 투자자문회사인 카이위안 캐피탈의 브록 실버 상무는 "런정페이는 인터뷰를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인데 그런 그가 공개 석상에 나섰다는 것은 똑똑한 움직임"라며 "유럽에서의 화웨이 사업에 대한 위협은 실질적이며, 런 회장의 공개적 발언은 그가 이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