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아시안컵을 앞둔 중국 축구는 뭘 해도 안 되는 분위기였다.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4회 연속 아시아 예선 탈락의 멍에를 쓴 중국은 최근엔 인도와 팔레스타인 등 아시아 약체와도 줄줄이 비겼다. '축구 굴기(蹴球崛起·축구를 일으켜 세운다)'란 기치 아래 정부 주도로 거액을 쏟아붓는 13억 스포츠 강국 중국이 당한 '축구 굴욕'은 세계 축구의 미스터리였다.

김민재(오른쪽에서 둘째)가 11일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첫 골을 터뜨렸지만 한국 선수들은 별로 기뻐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한국은 이날 19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1득점에 그쳤다.

그런 중국이 새해 벽두부터 신바람을 내고 있다. 아시안컵 조별 리그에서 2연승을 달리며 한국을 제치고 C조 1위다. 11일 경기에서 필리핀을 3대0으로 대파한 중국은 12일 새벽 키르기스스탄을 1대0으로 이긴 한국과 승점(6·2승)은 같지만 골 득실에서 +4로 한국(+2)을 앞섰다. 한국은 김민재의 헤딩 결승골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약체를 맞아 결정력 부족과 잦은 패스 미스로 고전했다. 한국과 중국은 16일 오후 10시 30분 조 1위를 놓고 아부다비에서 조별 리그 마지막 3차전을 치른다.

◇우레이를 믿는 중국

중국 팬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상승세를 이어가고 싶어 한다. 특히 이번엔 '공한증(恐韓症·한국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내겠다는 각오다. 그들이 찾은 희망의 근거는 스트라이커 우레이(28·상하이 상강)다.

우레이는 필리핀전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물오른 골 감각을 보였다. 그는 2018시즌 중국 수퍼리그(프로 1부) 득점왕(27골)이다. 외국인 공격수가 득세하는 수퍼리그에서 득점 10위 내 중국인 선수는 우레이가 유일하다. 우레이가 수퍼리그에 이어 아시안컵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자 중국 언론들은 호들갑을 떨고 있다.

오랜만에 신이 났다. 지난 11일 필리핀과 벌인 아시안컵 조별 리그 2차전에서 골을 터뜨린 중국 공격수 우레이(맨 오른쪽)가 팀 동료와 함께 두 팔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

중국 시나스포츠는 "우레이는 체력과 속도에 의존하는 중국 축구의 수준을 벗어났다. 세계의 눈이 그를 향하고 있을 때 주저하지 않고 (유럽으로) 떠나야 한다"고 전했다. 손흥민(27·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소화한 뒤 중국전을 앞두고 대표팀에 합류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최고 스타 손흥민이 오지만, 우리에겐 우레이가 있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조 1위를 해야 하는 한국

중국 언론은 손흥민과 우레이 비교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사실 손흥민이 중국전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14일 오전 1시 30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 나서는 손흥민이 경기 후 곧바로 UAE로 날아와 단 하루만 쉬고 16일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일정상 쉽지 않다. 손흥민은 작년 12월부터 3~4일 간격으로 12경기를 치러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한국으로선 최대한 손흥민을 쓰지 않고 중국전도 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한국이 16일 중국전에서 비기거나 패하면 조 2위로 16강에 오른다.

조 2위로 16강에 갈 경우 대진표상 8강에서 숙적 이란을 만날 수 있다. 아시아에서 FIFA 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29위)은 한국과 아시안컵 5회 연속 8강에서 격돌해 팽팽한 승부를 펼쳤던 상대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란은 12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을 2대0으로 제압하는 등 2연승(7득점 무실점)으로 순항 중이다. 베트남은 예멘과의 3차전에서 승리하면 조 3위로 16강 진출은 가능하다.

한국이 중국을 이겨 조 1위로 16강에 간다면 일본과 이란이 조 1위를 한다는 가정하에 이 두 팀을 결승까지 피할 수 있다. 손흥민을 아끼면서 조 1위도 확보해야 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