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땐 사람들이 '저 선수가 누구냐'고 궁금해했어요. 1년이 지난 지금 국제빙상연맹(ISU) 관계자, 심판들이 저만 보면 '준환이의 성장이 놀랍다'고 말합니다. 참 대견스러워요."
지난 8일 태릉 빙상장에서 만난 브라이언 오서(58·캐나다) 코치는 아들 자랑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아버지 같았다. 전날 캐나다 토론토에서 도착한 그는 이날 직접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 위에서 제자 차준환(18·휘문고)을 지도했다. 두 사람은 11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를 위해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었다.
한때 '피겨 여왕' 김연아의 조력자로 한국에 알려졌던 오서 코치는 2015년 3월부터 차준환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의 지도를 받고 성장한 차준환은 지난해 12월,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초로 ISU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과 메달(동) 획득을 일구며 정상급 스케이터 반열에 올랐다. 그는 "준환이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룬 게 아니다. 그는 공부하는 자세가 된 학생이다. 주니어 시절부터 개인 최고 기록을 차근차근 깨며 발전했다"고 말했다.
오서 코치는 차준환 성장의 가장 큰 '변곡점'을 평창올림픽으로 꼽았다.
"올림픽, 게다가 안방에서 치르는 대회는 선수의 모든 걸 바꿉니다. 저도 같은 경험을 했고요(캐나다 출신인 오서는 1988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 획득). 평창에서 자신감을 키운 준환이는 기술·표현력 모두 성장했습니다."
그가 본 차준환의 강점은 뭘까. "특별한 단점이 없다는 거죠. 차준환은 점프와 스피드, 스핀, 스텝 등 각 지표에서 최고(best)는 아닐지라도 모든 면에서 매우 뛰어난(very good) 수준에 올랐습니다."
이번 시즌부터 새로 적용된 ISU 채점 체계도 차준환에게 유리하다고 봤다. 새 규정에 따르면 기술 수행 점수(GOE)의 범위가 기존 7등급(-3~3점)에서 11등급(-5~5점)으로 넓어졌다. 고난도 점프를 많이 시도해도 실수를 하면 그만큼 감점 폭이 커져 손해다. 오서 코치는 "기술을 안정적으로 구사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만큼 양질의 기술·표현력을 갖춘 차준환에겐 기회"라고 했다.
남자 피겨의 화두인 쿼드러플(4회전) 점프에 대해선 계획이 확고했다. "차준환이 뛰는 두 가지 4회전 점프(살코·토루프) 외에도 플립. 루프 등을 준비하고 있어요. 쿼드러플 플립은 연습 때도 여러 번 성공했죠. 하지만 서두르진 않을 겁니다. 아직 어린 선수잖아요(웃음)."
오서 코치는 "차준환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달을 딸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20대 초반에 접어드는 나이, 체력과 예술성이 가장 극대화되는 시기라는 것이다. 차준환과 함께 오서의 가르침을 받는 '올림픽 피겨 2연패' 하뉴 유즈루(일본)도 스무 살인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금처럼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겁니다. 아직 우리에겐 3년이란 시간이 있고, 준환이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인터뷰 시작부터 끝까지 제자 자랑에 그의 입이 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