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선수와 가족, 국민들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 선수가 고2 때부터 4년간 조재범(38) 전 대표팀 코치에게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한 가운데, 정부가 이례적으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체육계 성폭력 대책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런 사건을 예방하지 못하고 사건 이후에도 선수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정책 담당자로서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관련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성폭력 시 영구제명 확대 △민간 주도 특별조사 △체육단체 성폭력 전담팀 구성 △선수촌 합숙 훈련 개선 등이 담겼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 성폭행 파문 관련 후속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먼저 체육계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한다. 현재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 체육회 규정은 강간이나 유사 강간, 이에 준하는 성폭력의 경우에만 영구 제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 범위를 확대해 ‘중대한 성추행’이 발생할 시에도 영구제명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성폭력 관련 징계자는 더이상 국내·외 체육 관련 단체에서 종사할 수 없게 된다.

문체부는 민간 주도의 합동 조사반을 구성해 오는 3월까지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에 체육계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체육단체 성폭력 전담팀이 꾸려지는 등 피해자 보호 제도가 강화된다.

이와 관련 노 차관은 "선수에 대한 성폭행 문제는 세계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에 해당 단체나 국제연맹, 올림픽위원회에 통보하면 해당 국가에서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전수 조사에 대해서는 전·현직 모든 선수가 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선수촌 합숙훈련 환경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건이 국가 소유 훈련장의 라커룸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 차관은 "이번 사안이 심각하게 여겨지는 건 국가대표 훈련시설장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라며 "국가대표 선수촌 내에서 훈련을 하는 경우, 선수에 대한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또 노 차관은 심 선수의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일반 폭력 사태만 파악하고 대책을 세웠는데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며 "피해자가 엄청난 용기를 내지 않으면 내부 문제를 알 수 없는 체육계의 폐쇄적 구조 때문"이라고 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심석희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달 17일 조 전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추가 고소했다고 8일 밝혔다. 심석희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조재범 전 코치가 심석희가 만 17세였던 2014년경부터 평창 올림픽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까지 약 4년 동안 상습적인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조 전 코치 측은 성폭행 혐의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