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잠깐 재판장님, 오늘 식구가 아닌 분들이 많이 오셨네요, 아마도 기자들인 것 같네요."
8일 오후 4시 30분 서울중앙지법 418호 법정. 4년 전 출소했으나 사기 사건으로 또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큰손' 장영자(75·사진)씨가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남편인 고(故) 이철희씨 명의 재산으로 재단을 만들려 하는데 상속을 위해선 현금이 필요하다고 속이는 등 지인들로부터 총 6억2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씨는 수의(囚衣) 대신 붉은색 목폴라 티셔츠에 검은색 숄을 걸치고 벨벳 치마를 입고 나왔다. 구치소 규정상 재소자도 일정 범위의 사복(私服)을 반입해 법정에 입고 나올 수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언론 보도부터 지적했다. "변호인 선임 비용이 없어 국선변호인 선임했다고 쓰고 있는데, 로펌이라면 수십 개를 얹을 수 있다. 재판부와 소통을 위해 국선을 원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팩트(사실)를 안 쓸 때는 법적 대응을 단호하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법정에는 장씨로부터 금 투자 사기를 당했다는 사업가 이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장씨는 초반부터 "검사님은 신문을 천천히 해달라. 내가 직접 받아 적고 질문하겠다"고 나섰다. 재판장인 최진곤 판사가 "나중에 기회를 주겠다"고 하자 잠시 기다리던 그는 자신이 직접 질문할 시간이 되자 증인 이씨를 몰아세웠다. 그는 "이 사람(이씨)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내세워 내가 (오히려) 사기를 당했다"고 했다. 자신이 말을 하는데 이씨가 끼어들자 "질문하고 있는데 어디 앞에서!"라고 했다가 재판장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장씨가 구속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지금까지 수감 생활만 29년을 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2년 '최대 금융 사기' 사건으로 꼽히는 6400억원대 어음 사기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992년 가석방된 그는 2년 뒤 140억원대 차용 사기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가 4년 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하지만 2000년 220억원대 구권(舊券) 화폐 사기 사건으로 구속돼 2015년 석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