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사회' 전시가 열리는 문화역서울284에선 '근대'를 주제로 만든 커피가 무료로 제공된다.

소설 '날개'의 주인공은 계속 커피를 마시려 한다. 그는 경성역에 있는 티룸에서 커피를 마신다. "여러 번 자동차에 치일 뻔하면서 나는 그래도 경성역을 찾아갔다. 빈자리와 마주 앉아서 이 쓰디쓴 입맛을 거두기 위하여 무엇으로나 입가심을 하고 싶었다. 커피! 좋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19년 서울,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전시 '커피사회'에서다. 전시장인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사) 2층에 마련된 코너 '근대의 맛'에선 서울 곳곳 인기 있는 카페 8곳이 돌아가며 '근대'를 주제로 새롭게 만든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를테면 서울 창전동 '펠트'는 사료를 통해 근대에 즐겨 마셨던 커피 맛을 상상해 그것에 맞게 블렌딩했다. 요즘 것보다 진하고 쓴 편. 그런가 하면 쌍화차나 설탕크림커피, 심지어 계란 노른자를 띄운 '모닝커피'를 현대 커피로 재해석한 업체도 있다. 붉은 카펫과 낡은 창, 커튼 등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커피에 맛과 향을 더한다.

서울역은 한국의 커피 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으로 꼽힌다. 1층 1·2등 대합실에 티룸이 있고, 2층엔 경성 최초 양식당 '그릴'이 있었다. 이곳에서 열리는 전시에서 근현대 한국 사회를 '커피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한국 사회 속에서 커피가 갖는 의미와 역사성을 주제로 회화, 미디어, 사진, 영상, 그래픽디자인 등 여러 분야 작가 40여 팀이 작품을 내놨다. 커피 마시며 노래 듣던 음악다방을 연출하고, 커피 자판기를 통해 관람객에게 인스턴트 커피와 미니 북을 선사하며, 어떤 방은 바닥에 원두가 가득 깔려 있어 밟고 다닐 수 있는 놀이 공간으로 꾸며졌다. 역 귀빈실이 있던 방에는 대한제국 황실 사진가였던 김규진의 천연당 사진관이 구현됐고, 커피광으로 유명한 고종 사진이 걸렸다.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화가, 문인, 영화인의 창작과 만남의 공간이었던 다방들도 글과 사진, 인터뷰 영상을 통해 소개된다. 커피를 소재로 마인드맵을 그리듯, 커피에 대한 경험과 추억이 담긴 작품들을 통해 커피를 맛보고 체험할 기회다. 다음 달 1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