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들이 연말 시상식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상을 받도록 무려 18만건 부정 투표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18 KBS 가요대축제'에서 아이돌 그룹 ‘엑소’가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7일 골든디스크 시상식 투표 집계를 맡은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제33회 골든디스크 어워즈’ 인기상 투표에서 대량의 부정 투표가 적발됐다. LG유플러스는 투표를 진행한 앱(애플리케이션) 내 공지사항을 통해 "A아이돌그룹에 168표, B아이돌그룹에 18만4332표의 부정 투표가 발생했다"며 "투표 종료 후 전수 조사를 통해 부정 투표를 집계에서 제외해,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했다. LG유플러스 측은 팬들 간의 관계악화를 우려, 두 아이돌그룹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번 골든디스크상 인기상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엑소(EXO)’가 1위 자리를 두고 다퉜다. 최종 투표 결과 BTS가 468만1882표(42.2%), 엑소가 466만5095표(42.04%)로 1만6787표(0.16%)의 근소한 차이로 BTS가 인기상을 차지했다.

지난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33회 골든디스크어워즈’ 시상식에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공지사항에서 "부정 행위자는 ‘개발자 모드’ 접근을 통해 존재하지 않는 임의 번호로 ID를 생성했다"고 밝혔다. 통신사가 "부정투표가 있었다"고 밝히자, 부정투표 방법을 안내한 트위터 계정에서는 "(부정 투표방식을 안내한 이유는) 이전 시상식들에서 비슷한 사례가 꾸준히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아이돌 팬들의 부정투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7년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MAMA)에서도 의도적으로 투표수를 늘리는 부정 투표가 발견됐고, 2016년 가온차트 케이팝(K-POP) 어워드 시상식에서도 투표 포인트를 획득하기 위한 ‘팬덤 미션’을 악용한 중국 아이피(IP)가 적발됐다. 주최 측이 부정 투표를 무효화하고 ‘팬덤 미션’을 없애는 소동이 빚어졌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팬덤 현상은 사회적 연대감과 소속감을 갖게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과도한 경쟁 속에서 부정·불법 행위가 나오고 있다"며 "승자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만 중시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팬들 입장에서는 부정 투표가 아이돌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