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월등히 잘한다고 여기는 능력이 딱 하나 있다. 길을 찾는 능력. 거의 개의 예민한 후각처럼 잘 찾아낸다. 내비게이션을 안 켜도 목적지까지의 길이 머릿속에 쫙 펼쳐진다. 이 능력은 사는 데 그다지 필요 없어 보이지만 종종 요긴하다. 길을 잃은 적은 없다. 그건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일처럼 흔치 않은 일이다. 한번은 해외에서 배터리가 없는 상황에 부닥쳤는데 스마트폰이 꺼지기 직전 재빠르게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보고 가야 할 경로를 단번에 암기했다. 좌회전, 우회전, 직진 후 우회전, 다시 좌회전, 여기서 빠져서 쭉 직진…. 꽤 복잡하고 먼 거리였지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일행 모두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지도 보는 걸 좋아했다. 아버지 차에 타면 뒷좌석에 꽂힌 지도책을 항상 꺼내 봤다. 다양한 비율의 지도들을 펼쳐 놓고 지명을 외우고, 고속도로를 외우고, 분기점을 외웠다. 다 외우면 국도 번호를 외웠다. 아직 가보지 않은 도시가 많았고, 그 도시들의 면적과 인구 같은 것까지 모조리 외웠다. 아버지 역시 길을 매우 잘 아셨는데 자신만의 지름길이 있어 차가 막히면 운전도 할 줄 모르던 어린 내게 "이 길이 더 빠르다"며 알려주시곤 했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이 보급되면서 지도를 보거나 길을 찾는 능력은 주판 다루기처럼 쓰임새 없는 능력이 돼 버렸다. 가만 보면 사람들은 내비게이션 없이 길을 잘 못 찾는다. 그리고 그 내비게이션은 이제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며칠 전 1년간 스마트폰을 안 쓰면 1억을 준다는 뉴스를 봤다. 그 가치가 1억이라니, 그리고 1년이라니 한번 시도해볼 만도 하겠지만 그건 분명 불편함을 감수하는 시간일 테지. 스마트폰 없이 사는 건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해야 하는 삶일까. 어쩌면 본인보다 주변 사람을 더 불편하게 할 수도 있겠다. 얼마 전 KT 아현지국 화재로 일어난 대란을 떠올려본다. 검색하지 않는 삶, 검색되지 않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