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밝힌 '청와대의 적자 국채 발행 압박'에 대해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폭로 내용이 사실이 아니었다면 '아니다'라고 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원으로 근무하던 김태우 수사관이 민간인 사찰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잇달아 제시하면서 청와대의 해명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드러나고 있다. 신 전 사무관과 김 수사관의 폭로는 내부에서 직접 그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들의 폭로다. 신빙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사실이면 국민의 믿음을 배반한 사건이다. 신 전 사무관도 '나도 촛불을 들었는데 바뀐 정권도 이러면 안 된다'고 했다.
'적자 국채 발행 압박'은 기재부가 청와대 압박을 받아 세수 호황에도 나랏빚을 갚은 게 아니라 거꾸로 국채를 발행해 나랏빚을 늘리려 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정권 말 자금'이 필요하고 전 정권을 먹칠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부총리는 2017년 11월 15일 '39.4% 이상'으로 국가 채무 비율을 높이라고 지시했다는 구체적 상황까지 제시됐다. 신 전 사무관은 '내가 죽으면 믿겠느냐'며 자살까지 시도했다. 김 전 부총리는 결국 입을 열어 '넓은 시각에서 봐야 한다'면서 사실 자체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가 기재부를 통해 민간기업인 KT&G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했고 기재부는 기업은행을 통해 이를 실행하려 했다는 것도 거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김태우 수사관도 특감반 상관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민간인 사찰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해 보고했다고 폭로했다. 문건을 작성한 경위와 문건 목록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작년에 특감반 책임자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검찰 간부의 비위 관련 첩보 보고를 올렸는데 박 비서관이 도리어 이 정보를 해당 검찰 간부에게 누설했다고 했다. 박 비서관과 검찰 간부는 가까운 사이였다. 청와대와 기재부가 폭로 내용의 사실 여부를 규명해야 하는 명예훼손 혐의는 놔두고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만 두 사람을 검찰에 고발한 것도 내용이 모두 사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의 내부 폭로 내용과 같은 혐의로 지금 여러 사람이 감옥에 들어가 있다. 법이 공정하다면 이 정권 사람들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폭로 내용은 대통령의 직접 지시나 묵인 없이는 실행되기 어려운 일이 대부분이다. 몇 조원에 달하는 국채를 억지 발행하려는 것이 대통령 모르게 진행될 수 있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 심각한 사태의 당사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일절 해명 없이 침묵하고 있다. 이렇게 뭉개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특검까지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오는 10일 기자회견을 한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이 사건에 대해 국민 앞에 소상하게 설명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