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가 청와대 압박을 받아 세수 호황인데 거꾸로 나랏빚을 늘리려 했다는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내부 고발에 대해 당사자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김 전 부총리는 "실무자의 시각에서 보는 의견과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전체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이 폭로한 '적자 국채 발행 시도'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고 실무자와 의견차가 있었다고만 했다. 공익 제보를 기밀 누설이라며 검찰 고발까지 한 이 정부 행태로 미뤄볼 때 약간의 사실 오류만 있더라도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김 전 부총리는 사실 자체는 인정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신 전 사무관은 김 전 부총리가 전(前) 정권의 국가 채무 비율을 높여놔야 현 정권에 유리하다는 취지의 '정무적 판단'을 내세우며 적자 국채 발행을 지시했고, 담당 국장 반대로 백지화되자 청와대가 나서서 압력을 넣었다고 폭로했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은 너무나 구체적이다. 김 전 부총리가 2017년 11월 15일 '39.4% 이상'으로 채무 비율을 높이라고 지시했고, 당시 차관보·국고국장·국채과장과 본인까지 4명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김 전 부총리는 '넓은 시각'이라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고 한다. 신 전 사무관 주장이 사실이기 때문이고, 김 전 부총리로서는 지금 거짓말을 하면 나중에 지게 될 법적 책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로 드러난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경제도 정치로 보는 현 정권의 인식이다. 세금이 더 들어오면 국가 부채를 갚아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것은 상식이다. 20년 전 외환 위기와 10년 전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도 국가 재정이 건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면 경제의 기초체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정권은 '정권 말 재정 역할이 갈수록 더 커질 것이어서 자금을 비축해야 한다'며 빚을 갚지 못하게 했다. 정권 말까지 세금 살포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또 '정권 교체 연도에 국가 채무 비율이 줄어들면 향후 정권 내내 부담이 된다'고 했다. 전 정부를 먹칠해야 득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적 의도와 계산으로 경제 정책을 펴면 경제가 어떻게 되겠나. 정부가 빚 갚겠다고 해놓고 정치적인 이유로 하루 전에 취소해 금융 시장을 교란시켰다. 전례 없는 일이다. 신 전 사무관은 담당자로서 이런 문제를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