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키스 해링展

"나는 죽어도 사실 죽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 속에 살기 때문이다."

미국 팝아트 작가 키스 해링(1958~1990)의 대규모 전시가 서울 DDP에서 3월 17일까지 열린다. 일본 키스해링미술관 소장품 175점이 소개되는데, 대형 회화 '피플'은 국내 첫 공개다. 앤디 워홀과 미키마우스를 합쳐 만든 '앤디마우스' 시리즈도 볼거리. 주최 측에 따르면, 그의 실크스크린 중 가장 비싼 작품이라고 한다. 첫 뉴욕 개인전 당시 그린 그림을 죽기 한 달 전 재제작한 17점의 '블루프린트 드로잉'은 마지막 전시실에서 처음과 끝을 연결한다.

영화|레인보우: 나의 사랑

요즘에도 이토록 클래식한 영화가 있다. 3일 개봉한 '레인보우: 나의 사랑'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 파올로·비토리오 타비아니 형제가 마지막으로 함께 만든 작품이다. 1943년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2차 세계대전으로 총알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문학청년 밀톤(루카 마리넬리)은 풀비아(발렌티나 벨레)와 친구 조르조(로렌초 리첼미)를 향한 질투로 마음을 끓인다. 모두가 대의를 말할 때 가장 사적인 감정에 집중하는 타비아니 형제다. 참을 수 없이 치졸하고 촌스럽고 격앙된 감정. 그게 인간이고 그게 본질임을 새삼 일깨운다.

넷플릭스|밴더스내치

풍족한 자본으로 별걸 다 만드는 넷플릭스가 이번엔 소위 '인터랙티브 영화'를 내놨다. SF영화 '밴더스내치'는 시청자가 영화를 보다가 선택지가 나오면 원하는 걸 고르고, 그에 따라 영화 전개가 달라진다. 199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인생극장'의 21세기 넷플릭스 버전이다. 주인공이 아침에 먹을 시리얼 종류 같은 사소한 것부터 이야기 전개를 결정짓는 중요한 결정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제시된다. 알려진 결말은 5개. 뭘 고르느냐에 따라 40분짜리 소품도 되고 5시간짜리 대작도 된다. 재미보다는 신기함이 앞선다.

클래식|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작품의 본질을 캐내는 데 집중하는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52)가 올해 첫 주말을 서울시향과 채운다. 5~6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마르쿠스 슈텐츠 지휘로 폴란드 작곡가 시마노프스키(1882~1937)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우리 청중에겐 다소 낯선 곡이지만, 신비한 분위기 속에서 에로틱한 음색과 표현을 맘껏 과시하는 드문 곡이다. 평소 '지적인 품격'으로 요약될 만큼 차분히 연주하는 테츨라프가 활 끝에서 어떤 관능미를 뿜어낼지 기대되는 무대이기도 하다.

베토벤의 열정과 고뇌, 음악과 드라마로 느낀다

뮤지컬|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때로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관찰보다 상상이 필요한 법이다. 서울 대학로 JTN아트홀 1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는 역사적 사실에 과감한 상상력을 덧입혀 위대한 음악가가 아닌 인간 베토벤의 삶을 조명한다. 베토벤이 조카 카를의 양육권을 놓고 제수 요한나와 법적 공방을 벌인 사실이 모티브. 허구의 인물 '마리'와 '발터'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더해 베토벤이 지녔던 열정과 상처, 고뇌를 들여다본다.

아버지의 강압적인 음악 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베토벤은 훌륭한 음악가로 성장하지만 이내 청력장애가 생기며 좌절한다. 어느 날 음악 영재 발터와 그의 선생인 마리가 찾아와 음악을 가르쳐달라고 하지만 거절하고, 외국 유학을 떠난 발터는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죄책감을 느끼던 베토벤은 카를을 아들 삼아 음악가로 키우고자 하지만, 사랑으로 시작한 교육은 점점 집착이 돼 간다. '루드윅'은 극 중 조카가 베토벤을 부르는 애칭이다.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도 좋지만, 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바로 베토벤의 음악들이다. 극 중 피아니스트 역을 맡은 강수영은 물론, 발터 역을 맡은 아역 배우들도 실제로 피아노를 연주해 마치 연주회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다만 줄거리도 음악도 다소 과하게 비장한 것이 흠. 공연은 이달 2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