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당시 국민소득 400루피 정도였던 인도는 자국의 산업 발전을 위해 IIT(인도공과대)를 세우고 학생 한 명을 가르치는 데 연간 1만6400루피를 썼다. 소득의 41배를 인재 양성에 투자한 것이다. 빈국(貧國) 인도는 공학자에게 국운을 걸었다. 하지만 IIT를 졸업한 인재는 미국으로 나가 돌아오지 않았고 그대로 눌러앉았다.

IIT를 졸업하고 모디 정부의 스마트시티 정책을 입안한 R K 미스라(53) 욜루자전거 창업자는 "90년대까지 인도의 성장률은 연 2%에 불과했다. 성장 없는 곳에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 최근 인도 경제가 연평균 7~8% 급성장하면서 국내에 눌러앉거나 유턴하는 IIT 출신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IIT 인재들의 목표가 '탈인도'에서 '창업 입국'으로 바뀌는 것은 정신적 애국이 아니라 성장하는 인도 경제가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IIT 델리 캠퍼스.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입은 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캠퍼스 채용 면접을 보려는 졸업 예정자들이다. 인텔·IBM·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은 내년 봄 졸업 예정인 IIT 학생들을 선점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인다. 900여 명의 졸업 예정자가 학교를 통해 이력서를 제출하면 각 기업에서 나와 면접을 본다. IIT 델리 채용센터 관계자는 "보통 기업이 4~5번의 면접을 거치는데 캠퍼스 채용 단계에서는 한 번의 면접으로 입사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900여 명의 졸업 예정자 중 750여 명이 2주 동안 일자리를 찾았다. 이 중 56%가 글로벌 기업의 개발자 직군과 IT(정보기술) 직군이었다.

하지만 요즘 IIT 학생들에게 글로벌 기업 취직은 다음 단계를 위한 도약으로 통한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쿠마르(22)씨는 "몇 년간 경력을 쌓은 뒤 내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내 창업보육센터도 재학생뿐 아니라 동문에게도 언제나 개방돼 있다.

IIT 출신은 1~3세대로 구분된다. 먼저 인도를 탈출해 글로벌 기업의 CEO가 되거나 창업해 성공한 1세대가 있다. 미국으로 건너가 구글 CEO 자리에 오른 순다르 피차이(IIT 카라그푸르 출신)가 대표적인 예다. 비노드 코슬라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공동 창업자(IIT 델리 출신), 아룬 사린 전 보다폰 CEO(IIT 카라그푸르 출신) 등도 대표적인 '탈인도' 세대다. 2세대는 '유턴파'다. IIT 졸업 후 남들처럼 미국으로 떠났으나 인도로 돌아와 창업을 한 이들이다. 미국서 창업 후 인도에 지사를 차린 IIT 출신도 2세대로 구분된다. 2009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를 그만두고 인터넷 전화 스타트업 놀라리티(Knowlarity)를 창업한 암바리시 굽타와 팔라브 판데이가 대표적인 예다.

3세대는 토종 인도 창업가다. 연 매출 3조원이 넘는 인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인 플립카트 창업자 사친 반살·비니 반살(IIT 델리), 드라이버 100만명과 제휴한 차량공유 업체 올라캡스 창업자 바비시 아가르왈(IIT 봄베이), 인도뿐 아니라 미국·영국·호주 등 전 세계 24개국에서 서비스하는 '인도판 배달의 민족'인 조마토 창업자 디핀데르 고얄(IIT 델리) 등 인도 모바일 혁명을 주도하는 기업가가 여기에 속한다. IIT 출신이 학교 연구실 또는 자취방 구석에서 창업한 기업이다. 이 기업들은 수백만명의 직간접적 고용을 창출해 국내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성공한 IIT 선배들은 멘토가 돼 후배들의 사업을 조언하고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스타트업 정책 입안자인 미스라 욜루자전거 창업자는 "IIT 학생들은 '남의 회사' CEO가 되기보다는 자신의 기업을 세우고 싶어 한다"며 "인도로 돌아와 창업에 성공한 유턴파 2세대와 인도에서 창업해 세계인이 쓰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3세대 IIT 출신 창업가들이 후배들의 새로운 롤 모델"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start-up)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 초기 기업을 일컫는 용어다. IT(정보기술) 창업 붐이 일어난 1990년대 후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말이다. 벤처기업과 혼용돼 쓰이기도 하지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전 단계라는 점에서 보통 ‘초기 벤처기업’으로 분류한다. 이 중 기업 가치가 1조원을 넘긴 스타트업은 ‘유니콘’ 기업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