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친(親)노동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몸집을 대폭 불린 민주노총이 새해 벽두부터 "재벌 체제와 재벌 경영이 낳는 사회적 불균형과 양극화를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재벌에 대한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민노총은 또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 내년도 총선 대비 등 올해 정치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2일 신년사에서 "재벌과 보수 언론, 수구 정치 세력과 경제 관료가 우리 사회 진짜 적폐 세력"이라고 전제한 뒤, 새해 민노총의 사업 목표를 '사업장 담장을 넘어 한국 사회 대개혁으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재벌, 대기업, 보수 언론과 관료 집단의 적폐 세력 동맹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며 "진정한 한국 사회 개혁은 재벌 특혜 동맹을 분쇄하고 노동자·민중이 사회 중심에 설 때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이 한국 사회 대개혁의 책임 있는 주체이며,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힘과 저력을 보유한 유력한 조직이라 자부한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박근혜 정부 말기인 지난 2016년 12월 조합원 수가 73만여 명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여 만인 지난해 10월 기준 84만여 명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민노총은 올해도 '촛불론'을 들고 나왔다. 현 정부 출범에 대해 자신들 몫과 지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보수 정권의) 폭압적 지배에 모두 엎드려 숨죽이고 있을 때, 민주노총은 노동자·민중을 중심으로 당당히 투쟁을 벌이며 역사적 소임을 200% 수행했다"며 "2016년 촛불 항쟁으로 박근혜 적폐 세력을 물러나게 한 주체는 다름 아닌 우리 민주노총"이라고 했다.
지난해 추진했다 무산된 노사정 대화기구(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는 다시 한 번 참여를 시도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후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가 참여해 노동과 연금 등 사회 이슈를 논의하는 경사노위 참여를 꾸준히 추진했고, 10월에 열린 대의원대회에서도 이를 안건으로 올렸다. 하지만 민노총 내 강경파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는 이날 신년사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만 하는 것은 평론가 몫이지,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로는 충분치 않다"면서, 오는 28일에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를 다시 안건에 부칠 뜻을 밝혔다.
이 밖에 내년에 열리는 20대 총선을 위해 진보 정당, 민중 사회 단체와 진보적 연구자까지 참여하는 '진보 정치 평가와 연대 전략 제안'을 만들고,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정치적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민노총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해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노동 이슈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정치 분야에서도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직 민노총 고위 인사는 "집권당인 민주당을 통해 활동을 보장받으면서도, 총선에서는 진보 정당을 통한 원내 진출을 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더 큰 한국노총은 노동 존중 사회의 문을 여는 핵심이고, 새해에도 한노총의 울타리는 지역과 업종, 정규직·비정규직을 아우르며 넓혀져 나갈 것"이라며 조직 확대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또 해고자와 공무원, 교원 등의 노조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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