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여제' 린지 본(34·미국)이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경기를 펼치며 전 세계 이목을 끌었던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경기장이 지난 1월 1일로 '불법 시설물'이 됐다. 경기장이 있는 가리왕산의 소유주 산림청이 강원도에 토지를 임대해 준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2일 강원도에 "가리왕산 스키장 터를 자연 상태로 복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달 말까지 강원도가 복원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2차 명령 후 행정 대집행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지난 2014년 사후 생태 복원을 조건으로 강원도에 가리왕산 국유림 101㏊(1.01㎢)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무상 대부 기간은 지난해로 끝났다.
◇불법 시설물 된 동계올림픽 상징
강원도는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던 2012년 알파인 스키 종목 특성상 평균 경사 17도 이상인 산지를 찾다가 가리왕산을 낙점했다. 당시 가리왕산 상부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강원도와 산림청, 환경부, 환경단체, 전문가 등이 포함된 '가리왕산생태복원추진단'은 논의 끝에 복원을 전제로 개발 계획을 통과시켰고, 정부는 특별법인 '평창올림픽법'에 따라 알파인 경기장 설치를 허가했다. 경기장 시공에는 사업비 2034억원(국비 75%, 도비 25%)이 투입됐다.
그러나 지난해 평창올림픽이 끝난 직후 복원 여부와 정도를 둘러싸고 정부와 강원도 간 갈등이 시작됐다. 강원도와 정선군은 '올림픽 유산 존치'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전면 복원에 반대했다. 강원도가 지난해 10월 남북한 동계아시안게임 유치 가능성을 들며 스키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고, 정선 주민단체인 '정선 알파인경기장 원상복원반대투쟁위원회'는 지난달 "산림청이 행정 대집행을 할 경우 몸으로 저지하겠다"고 반발했다. 반면 산림청은 약속대로 강원도가 원래 상태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자연상태 복원해야" 강원도 "올림픽 기념물로 보존을"
쟁점의 핵심은 정상까지 연결된 곤돌라와 관리용 도로 존치 여부다. 알파인 스키장을 만들면서 설치된 총 길이 3.5㎞의 곤돌라는 유일하게 가리왕산 정상까지 연결된 시설물이다. 강원도는 이 곤돌라를 그대로 둬 관광 자원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와 환경계는 곤돌라를 유지할 경우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정선 알파인 스키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원주지방환경청은 "곤돌라를 그대로 두고서는 아무리 나무를 심어도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다른 문제는 복원 비용이다. 강원도는 복원 비용이 690억원 들 것으로 보고, 이 중 70%인 480억여원을 국비(國費)에서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산림청은 복원 비용이 1000억원가량 들 것으로 전망하고 구체적인 지원 여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강원도민은 "수천억원을 들여 지은 시설을 다시 없애고 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복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내는 것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생태 복원을 전제로 시설을 허가한 것이기 때문에 복원은 당연히 해야 한다. 산림청이 만약 행정 대집행을 하게 될 경우 먼저 필요한 복원비를 지출하고, 도에 이를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