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수상도시 베네치아가 관광객이 너무 많이 온다며 1인당 10유로(약 1만2800원)의 ‘방문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피렌체 등 다른 이탈리아 관광도시들은 "우리도 방문세를 걷게 해달라"며 들고 일어났다.
루이기 브루그나로 베네치아 시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트위터를 통해 "이탈리아 의회는 베네치아 지방정부가 최대 10유로(약 1만2800원)의 ‘방문세'를 관광객들에 걷을 수 있도록 승인했다"며 "방문세는 베네치아의 청결을 유지하고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등 도시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치아는 이미 하룻밤 이상 묵는 숙박객들에게는 체류세를 걷고 있지만, 연간 3000만명의 관광객 중 체류세를 내는 숙박객은 20%에 불과하다. 방문세 도입으로 베네치아는 막대한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루그나로 시장은 "도시 환경미화와 안전유지에 상당한 돈이 들어가는데, 이를 베네치아 시민들이 전부 떠맡고 있다"며 방문세 도입 이유를 밝혔다. 그는 "관광객들의 ‘오버투어리즘’으로 건축물이 손상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며 "높은 생활비 문제까지 겹쳐 많은 원거주민들이 베네치아를 떠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가디언은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오는 7월 베네치아를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라며 "방문세 도입은 심사를 앞두고 유적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베네치아와 석호(Venice and its Lagoon)’는 198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됐다.
베네치아는 매년 4번 정도 ‘아쿠아 알타(높은 물)’ 현상이 일어나 도시가 물에 잠긴다. 2018년 10월 28일에는 이탈리아를 강타한 폭우로 베네치아 전체가 바닷물에 침수돼 상당수 유적들이 훼손됐다.
베네치아 못지 않게 관광객이 많은 도시인 피렌체는 "베네치아만 방문세를 걷게 해주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항의하고 나섰다.
다리오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은 "피렌체나 다른 예술도시들도 오버투어리즘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탈리아의 모든 주요 관광지들이 방문세를 부과하도록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피렌체도 베네치아처럼 숙박객에게 체류세를 부과하고 있는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