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실축한 기성용 -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치른 마지막 평가전에서 기성용이 PK를 실축한 뒤 자책하는 모습.

59년 만에 아시안 정상 탈환을 노리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예방주사를 세게 한 방 맞았다. 한국은 1일 오전 1시 사우디아라비아와 벌인 평가전(UAE 아부다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대표팀은 오는 6일 오전 1시 개막하는 AFC(아시아축구연맹) UAE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지난달 23일부터 현지 적응 훈련 중이다.

중동 강호 사우디를 상대로 결과는 나쁘지 않은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이상 신호'가 여럿 감지됐다. 공격은 무뎠고 '플랜 B'도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조별 리그 첫 경기(7일 오후 10시 30분 필리핀전)까지는 5일 남았다. 사우디전에서 발견한 불안 요소를 제거해야만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

또 침묵한 황의조

사우디전을 지켜본 축구팬들이 가장 불안하게 느꼈을 장면은 대부분 공격에서 나왔다. 2018년 한 해 소속팀과 각급 대표팀에서 골 폭풍을 몰아쳤던 황의조의 부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날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황의조는 평소처럼 전방을 누비며 수시로 골을 노렸다. 하지만 전반 31분 황희찬이 낮게 크로스한 공을 골키퍼 바로 앞에서 골문 바깥으로 차는 등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후반 2분엔 스스로 오프사이드 반칙을 했다고 잘못 판단해 좋은 패스를 그냥 흘려보냈다. 황의조는 UAE에 오기 직전 U-23 대표팀과 벌인 평가전에서도 기회를 수차례 날렸다. 소속팀 경기 후 약 한 달 만에 치른 실전이었던 걸 감안하면 아직 영점 조정 중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쉬운 찬스를 놓치는 약점이 재발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경기 후 황의조는 "잘못된 점을 보완해 대회 시작 후엔 골을 많이 넣겠다"고 말했다.

페널티킥 성공률 '제로'

페널티킥(PK)은 열 번 차면 7~8번은 들어가는 소위 '꿀 기회'다. 역대 월드컵 대회 전체 승부차기 성공률이 70.25% (279번 중 196번)다. 한국 대표팀은 역대 월드컵에서 두 차례 페널티킥을 모두 실패했다.

대표팀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 부임 후 세 차례 페널티킥 역시 허공으로 날렸다. 2018년 9월 코스타리카전, 10월 우루과이전에 이어 2019년 첫날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도 실축했다. 앞선 두 번은 전담 키커 손흥민이 놓쳤다. 손흥민은 우루과이전 이후 "자존심이 상한다. 이제 PK를 맡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사우디전엔 손흥민 이전 1옵션이었던 기성용이 나섰으나 골대 밖으로 공을 차버렸다.

주요 키커 자원이 모두 트라우마를 갖게 되면서 한국은 PK를 얻고도 긴장할 처지가 됐다. 토너먼트에서 승부차기에 돌입했을 때 실축 걱정은 더 커진다. PK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이론이 있는 만큼 전담 키커를 배짱이 좋은 선수들에게 맡기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전력 공백 어떻게 메우나

사우디전에서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에 중도 합류하는 손흥민과 부상으로 빠진 수비 자원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여러 선수를 변칙적으로 기용했다. 손흥민이 맡아온 왼쪽 공격 자리와 비슷한 위치에 황희찬(전반)과 이재성(후반)을 내세웠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부상 중인 수비수 김진수와 홍철 대신 왼쪽을 저지하는 역할을 맡았던 중앙 수비수 권경원도 상대에게 자주 공격을 허용했다.

벤투 감독은 "전술적인 다양성을 갖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실험했다"며 "손흥민이 뛰지 못해도 (지배하는 축구라는) 기본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1일 하루 휴식한 뒤 2일 훈련을 재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