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기획재정부를 통해 민간 기업인 KT&G 사장 인사(人事)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T&G 인사 개입 논란으로 최근 사직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은 29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청와대가 KT&G 사장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 기재부에서 근무할 당시 (지시를) 직접 들었다"고 폭로했다. 신 전 사무관은 "기재부가 당시 만든 인사 개입 문건을 제보한 당사자가 나 자신"이라며 "이 문건은 차관까지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당시 "윗선과 상의 없이 실무자가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청와대가 민간 기업 인사에 관여하고 지시를 내렸다면 이는 월권이나 불법이 될 수 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은 지난 5월 기획재정부 김용진 제2차관의 지시로 기재부가 KT&G 사장 선임(選任)에 개입했다는 정황 증거를 확보하고도 추가 감찰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특감반이 디지털 정보 분석(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기재부 관계자들의 카카오톡 대화록에는 "차관이 (윗선에서) 받아와서 (인사 개입을) 지시했다"는 내용과 함께 "(위에서) 메일을 다 지우라고 한다" "주무관이 작성하고 위에 보고는 안 된 것으로 (하라)"라는 얘기도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가 윗선에서 인사 개입을 지시받았고, 증거 인멸과 '실무진에게 떠넘기기'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를 보고받고도 KT&G 인사 개입 감찰 대신 기재부 문건 유출자 색출만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는 지난 1월 시중은행을 동원해 KT&G 사장 인사에 개입하려는 문건을 작성했다가 이 같은 내용이 지난 5월 언론에 유출됐다. 문건엔 박근혜 정부 때 선임됐던 백복인 사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대주주인 기업은행을 동원하려고 했던 정황이 담겨 있다. 특감반은 보도가 나오자 기재부 공무원들의 휴대폰을 임의 제출받아 포렌식 작업을 벌였고, A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복구했다.

본지가 입수한 포렌식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 직원 A씨는 동료에게 "○○가 '2차관이 그렇게(작성) 하라'고 시켰다고 했다" "(문건 작성) 당사자인 (김용진) 2차관, (박성동 국고) 국장, 과장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또 "쪽지와 이메일을 다 지우라고 한다" "주무관에게 덤터기 씌우려 한다"는 글도 보냈다.

야당은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민간 기업에 대한 조직적인 인사 개입을 했다가 뒤늦게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특감반은 '문건 유출' 건에 대해서만 감찰하라는 지시를 받아 언론 유출건을 충실히 조사했을 뿐"이라며 "문건 작성 경위 파악은 우리 임무가 아니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