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파인텍 노조원 두 명이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높이 굴뚝에 올라가 장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고공 농성이 412일째를 맞은 그제 노사 대표가 또 만났지만 합의가 무산됐다고 한다. 농성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열병합발전소 인근에는 민노총 노조원들과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희망 버스'라는 이름으로 불법 시위를 벌였다가 유죄를 선고받은 전문 시위꾼 등이 동조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그제 열린 노사 회담에 나온 회사 대표는 "불법 저지르고 굴뚝 올라가면 영웅이 되는가"라며 "평생 제조업을 했지만 제조업 하면 언론에서 악덕한 기업인으로 몬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굴뚝에) 올라가신 분들이 빨리 내려왔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같은 환경에서 어떻게 기업을 하고 제조업을 하는가. 저희 회사도 너무 힘들다"고도 했다. 그간 과정을 보면 오죽했으면 이런 말이 나올까 싶다. 충남 아산에 있는 파인텍 회사는 직원 다섯 명인 섬유제조 업체다. 파인텍 노조원들은 과거 다니던 회사가 경영난으로 두 차례 파산하면서 현재 회사로 고용이 승계됐다. 파인텍도 경영난으로 현재 사실상 폐업 상태다. 그런데 과거 다니던 회사보다 임금을 적게 주고, 사측이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는 등 이유로 노조원들이 제 발로 굴뚝에 오르자 민노총과 좌파 단체들이 기업을 문책하라고 들고나온 것이다. 노동계 주장은 회사가 어렵더라도 임금은 더 많이 줘야 하고, 노조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회사는 무조건 단협을 체결해야 한다는 식이다.

서울에너지공사가 운영하는 목동 열병합발전소는 서울 시내 쓰레기를 모아 태워 나오는 열로 지역난방을 하는 곳이다. 이 발전소 굴뚝 네 개 가운데 한 곳을 무단 점거하는 바람에 보일러 가동이 일부 중단되는 등 발전소 운영에 차질이 빚어진 지 오래다. 현재 가동 중인 다른 보일러에서 일부 고장이라도 나면 서울 시내 난방이 집단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한다. 법원도 올 5월 서울에너지공사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노조원들에게 굴뚝에서 내려오지 않으면 하루 100만원씩 이행강제금을 내라고 결정했다.

칼바람이 부는 혹한 속에서 1년 넘도록 고공 시위를 벌이는 근로자들에게도 절박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노사 분쟁은 타협이 안 되면 곧장 극한적인 방법을 동원해 사용주를 압박하고 악덕 기업주로 낙인찍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제조업을 하겠느냐는 회사 대표의 심정도 귀담아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