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정수석을 국회로 부르고 야당과의 민생 법안 처리 협상을 끝내자."
이번 주초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나온 제안이다. 야당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에 대해 조 수석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겠다"며 국회 운영위 소집을 요구할 때였다. '조국 출석' 문제로 여야 협상이 모조리 공전되면서 어렵게 열린 12월 임시국회가 빈손으로 끝날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와 '주류' 친문(親文) 의원들은 "그게 무슨 답이냐"며 반대했다. 지난 27일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선 "김태우(전 수사관)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당이 한마음으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야당 정치 공세에 흔들리지 말자"는 얘기만 나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청와대 해명이 무조건 다 맞으니 의원들은 믿고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특감반 의혹'으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연내에 처리하겠다던 각종 법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청와대 심기를 건드릴 말은 아예 없었던 셈이다.
27일 오후 여야(與野)가 조 수석 국회 출석과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도부가 드디어 결단을 내린 모양"이라며 환영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합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와) 사전 조율도 했고, 우리가 국회에서 결정한 거죠"라고 말했다. 여당이 청와대를 설득해 민정수석 출석을 관철시켰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러나 청와대가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청와대는 곧바로 국회 상황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용균법 처리를 위해서라면 조 수석을 국회에 출석하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선 특감반 의혹에 대해 "조 수석이 직접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혀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오로지 지도부와 친문 핵심 인사들만 이런 목소리에 귀를 닫고 "우리가 조 수석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해왔다. 그 견고했던 입장마저도 청와대 전화 한 통에, 반나절 만에 180도 바뀌었다. "당내 의견은 무시하더니, 전서구(傳書鳩)도 아니고…"라는 한 여당 인사의 말에선 허탈함이 느껴졌다.
여당이 선뜻 민정수석 출석에 동의하기란 쉽지 않다. 야당이 이번 기회를 놓칠 리 없고 국회 운영위가 정쟁(政爭)으로 흐를 가능성이 다분해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감싸고 따르기만 한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의혹이 있으면 여당이 나서서 해명을 받아내고 잘못된 점은 과감히 도려내자고 해야 건강한 당·청(黨·靑) 관계다. 과거 정권들은 그 반대로 가다가 결국은 청와대도 망하고, 여당도 망했다. 지금 민주당 역시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냐"는 말을 계속 듣는 한 그와 같은 예정된 결과를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