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세계 대중음악계를 제패한 방탄소년단(BTS)은 '나눔의 제왕'으로도 등극했다. 지난해 11월부터 BTS와 소속사 빅히트가 유니세프의 아동·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 '엔드바이올런스(#ENDviolence)'에 후원해 온 모금 캠페인 '러브마이셀프'가 지난 6일 약 18억5000만원의 기부액을 달성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이 캠페인의 이름과 내용은 BTS의 연작 앨범 '러브유어셀프'와 가사에서 따 온 것. 지난 9월 BTS가 한국 가수 최초로 연설해 화제가 된 유엔 총회 행사도 이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빅히트 관계자는 "RM의 연설문 중 가장 화제가 된 'Speak yourself'란 문구도 이 캠페인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을 앞두고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헨리에타 포어(가운데) 유니세프 총재와 함께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는 BTS 멤버들. 총재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국·제이홉·진·RM·뷔·슈가·지민.

유니세프 자료에 따르면, 기부액 중 총 12억8769만여원을 빅히트와 BTS가 함께 냈다. 이 중 캠페인 시작 비용은 빅히트(2억9000만원)와 BTS 일곱 명의 멤버들(2억1000만원)이 반반씩 부담했고, BTS 멤버들의 개인 기부(6000만원)와 빅히트 방시혁 대표의 시상식 수상금 기부(약 1286만원)도 있었다. 가장 비중이 큰 건 앨범 수익 기부액으로 약 7억1482만원에 달한다.

BTS 팬클럽인 아미(Army)들의 기부도 주목할 만하다. BTS 사진 등으로 만든 카카오와 라인스토어의 기부용 이모티콘과 러브마이셀프 캠페인 전용 굿즈(기념품) 등 아미들이 구입해 기부로 이어진 금액만 무려 3억1313만여원. 이 밖에 캠페인 공식 홈페이지(Love―myself.org)를 통한 직접 기부, 카카오스토리 온라인 모금함 기부, 멤버 개인 소장품 경매액 기부 등 다양한 형태의 기부액도 1억9681만여원이 모였다. 유니세프 경매에 리더 RM의 소장품으로 나온 소설책 '데미안'은 686만7000원에 낙찰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니세프 관계자는 "미국·호주·캐나다·인도네시아 등 해외 각지의 팬들 사이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모금 기간 중 BTS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고, 월드투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해외 팬의 참여도 활발해졌다. 미국 뉴욕 시티필드, 영국 런던 O2아레나,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 등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연 기부 이벤트에서 총 5200만원가량이 걷혔다. 특히 광복티셔츠 논란이 있었음에도 일본의 참여액이 1위(약 3094만원)로, 영국(약 1270만원)·미국(약 723만원)·캐나다(약 137만원)의 모금액을 크게 앞질렀다.

리더 RM의 유엔 연설 영상이 화제가 됐을 땐 팬들이 자발적으로 '#Speakyourself'란 이름의 파생 캠페인까지 만들었다. 해시태그를 달며 자신의 고통을 BTS 음악과 캠페인을 통해 어떻게 극복했는지 고백하는 방식. "집단 따돌림을 겪다가 BTS 음악을 통해 극복했다" "BTS 연설에 감명받아 혈액암 환자의 가발 제작을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기부했다" 등 다양한 사연이 쏟아졌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국내 연예인 개인 기부액 상위권(약 8억원)은 진작에 넘었고, 올해 기업 후원액 순위로도 현재 빅히트 기부액이 1위로 2위 기업의 2배"라고 밝혔다. 빅히트와 유니세프는 이달 들어 이 캠페인의 2차 굿즈 판매를 시작했다. 빅히트와 BTS 멤버들은 "팬들이 기부를 축제처럼 즐기는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