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6·토트넘)은 '몰아치기의 달인'이다. 2016년 9월과 2017년 4월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를 수상한 그는 그달에 5골씩 터뜨렸다. 이번 달에도 벌써 5골이다.
손흥민은 24일(한국 시각) 에버턴과 벌인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원정 경기(영국 리버풀 구디슨파크)에서 2골 1도움의 맹활약으로 팀의 6대2 대승을 이끌었다. 시즌 8골째다.
◇기쁘다 '손타클로스' 오셨네
에버턴전은 손흥민의 축구 경력에 빼서는 안 될 경기가 됐다. 전반 27분 상대 수비와 골키퍼가 부딪치며 공을 흘리자 절묘한 슛으로 텅 빈 골망을 가른 그는 후반 16분엔 에릭 라멜라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꽂아 넣었다. 두 골 모두 오른발 슈팅이었다. 후반 29분에는 정확한 왼발 크로스로 해리 케인의 골을 도우며 '양발잡이'의 위력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손흥민은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발표한 24일 파워 랭킹에서 프리미어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이 랭킹은 최근 5주간 기록으로 매기는 순위다. 영국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10점 만점에 평점 9.9점을 줬다. 후반 33분 교체로 나올 때 상대인 에버턴 팬들조차 박수를 보냈다. 손흥민은 '맨 오브 더 매치(경기 MVP)'에도 선정됐다. 앞서 지난달 그의 첼시전 골은 '11월 이달의 골'에 뽑혔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손흥민의 활약에 프리미어리그 트위터는 '손타클로스(손흥민+산타클로스)가 마을에 왔다'고 표현했다. 스페인이나 독일 리그가 곧 '크리스마스 방학'에 들어가는 것과 달리 영국에선 '복싱데이(Boxing day·영연방 국가의 공휴일인 12월 26일을 일컫는 말로 가족·친지 등에게 선물을 하는 날)'를 시작으로 '마의 3연전'이 2~3일 간격으로 펼쳐진다. FA컵 3라운드와 리그컵 4강 1차전까지 포함하면 '손타클로스'는 내년 1월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까지 최대 6경기에서 '골 선물'을 나눠줄 수 있다.
◇박지성도 못해본 아시안컵 우승
손흥민은 맨유전을 끝으로 2019 UAE 아시안컵 대표팀에 합류한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한 달가량 팀을 비운 데 이어 또 한 번의 장기 공백에 토트넘 팬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창 물오른 골 감각을 보이는 손흥민 역시 다시 무대를 바꿔 뛰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그래도 아시안컵은 결코 놓칠 수 없는 무대다. 손흥민은 이번이 아시안컵 '3수(修)'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3위) 당시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은퇴하자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던 19세 막내가 손흥민이었다. 한국 축구로선 상징적인 세대교체 장면이었다.
손흥민이 유럽 최정상급 선수로 올라서면서 팬들 사이에선 누가 더 훌륭한 선수인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개인 성적에선 손흥민이 이미 박지성을 넘었다는 평가다. 손흥민은 유럽 무대에서 9시즌을 뛰며 104골을 터뜨려 박지성(12시즌 44골)을 한참 앞선다. 박지성은 최근 JS파운데이션 장학금 전달식에서 "손흥민은 어디까지 성장할지 궁금한 선수"라고 말했다. 플레이 성향이 달라 단순 수치로는 비교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현역 시절 수비에 강점을 보였던 박지성은 헌신적인 플레이로 맨유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프리미어리그 우승 4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의 금자탑을 쌓았다.
소속팀이 아닌 대표팀에서의 성과로 판단한다면 아직 손흥민은 박지성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포르투갈전 결승골 등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박지성은 2010년엔 캡틴으로 한국을 원정 월드컵 첫 16강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천하의 박지성도 못 들어본 것이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다. 손흥민이 59년 만에 한국에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안긴다면 '레전드' 박지성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세우게 된다. 손흥민은 "아시안컵은 결코 지고 싶지 않은 대회"라며 "우승 타이틀을 가지러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