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시작한 첫 임기의 절반인 반환점을 돌면서 '향후 2년이 더 문제일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조야에서 커지고 있다. 최근 시리아 주둔 미군 철군, 존 켈리 전 비서실장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내각 원년 멤버들의 연쇄 이탈, 정부 셧다운 등 일련의 충격적인 사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독주와 관련돼 있다. 이에 CNN은 "트럼프가 전략적으로 극심한 정부 내 혼란을 부추기고, 통제받지 않은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앞으로 남은 임기 2년에 비하면 지나간 2년은 차라리 평온했던 시기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시리아 주둔 미군 철군 방침에 반발해 20일(현지 시각)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사퇴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2일에는 이슬람국가(IS) 격퇴전 외교를 담당한 브렛 맥거크 특사도 사퇴했다. 그는 사퇴 서한에서 "새 지시를 충실히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당 통제 - 미 연방정부가 셧다운(shutdown·일시적 업무 정지)에 돌입한 첫날인 22일(현지 시각) 오전 미 국회의사당 건물 앞에 통제선이 설치되어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전날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요구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 57억달러를 두고 격론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셧다운으로 이어졌다. 미 연방정부가 국경 장벽 예산 때문에 셧다운에 돌입한 것은 올 들어 세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철군 결정 과정에 영국·프랑스 등 동맹국들과 협의하지 않은 것은 물론 참모들과도 충분한 상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당일까지 철군은 안 된다고 트럼프를 설득했으나 통하지 않자 "당신은 더 의견이 맞은 사람과 일할 권리가 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의회 전문지 더힐은 "수장을 잃은 국방부가 침울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22일 0시부터 시작된 미 연방정부 셧다운(정부 일시 정지)도 통제되지 않는 트럼프가 불러올 '공포'를 보여주는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장벽 건설 예산 확보를 위해 정부 업무 마비까지 불사했다. 이번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세 번째 셧다운이다. 하루 이틀 짧게 지속된 지난 1·2월과 달리, 크리스마스 연휴를 넘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 증시는 폭락하며 '트럼프 공포'에 즉각 반응했다.

최근 사건들의 공통된 패턴은 '트럼프의 결정과 실행의 사이클이 매우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부터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 켈리 비서실장, 매티스 국방장관 등 원년 멤버들이 모두 물러나면서 "인내심을 갖고 트럼프를 가르치거나 반대할 수 있는 참모가 하나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이런 중량감 있는 참모들을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백악관을 트럼프의 충동을 제어하는 '성인 보호소(Adult day care center)'로 불렀다. 정치평론가 앨리트 코언은 애틀랜틱 기고에서 "앞으로 정부 고위직은 (아부하는) 연체동물, 기회주의자, 모사꾼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와 접촉을 끊고 고립되면서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30여 명의 전·현직 정부·의회 관계자를 인터뷰해 "임기 초에 비해 혼자 있는 시간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업무 시작 시각은 임기 초 오전 9시~9시 반에서 최근 오전 11시로 늦춰졌다고 한다. 업무 중에도 장관·비서진들의 대면 보고를 받는 대신 관저에 틀어박혀 혼자 TV를 보거나 트위터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골프 친구였던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등 지인들과의 만남이나 통화도 줄었다. 최근 뮬러 특검의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와 포르노 배우 성관계 입막음용 돈 지급에 대한 수사망이 조여오면서 심화된 현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과 독단은 철저히 자신의 핵심 지지층만을 향한 정치를 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21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38%로 또 떨어졌다. 그러나 갤럽은 "지지율 자체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견고하다"는 보고서를 따로 냈다. 1938년 이래 역대 대통령들의 첫 2년간 지지율은 평균 53%였는데, 트럼프는 39%로 최저다. 그러나 트럼프는 무슨 일을 하든 35~45% 박스권 내에 머무르며 최고치와 최저치의 격차가 10%포인트에 불과, 역대 평균 28%포인트보다 현저히 낮았다. 트럼프의 '격투기 쇼' 같은 정치가 이 '콘크리트 지지층'을 붙잡는 확실한 수단이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