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스캔들’ ‘써니’ 감독 강형철의 힘
영화ㅣ스윙키즈
지난 19일 개봉한 '스윙키즈'(감독 강형철)는 여러모로 잘 빠진 상품이다. 남녀노소 누구건, 정치적 지향점이 어느 쪽이건 이 영화가 터트리는 불꽃에 빠져들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파견된 미국 군인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은 포로 중 몇을 뽑아 댄스단을 결성한다. 북에서 온 로기수(도경수)와 남한의 양판래(박혜수)·강병삼(오정세), 중공군 샤오팡(김민호)은 그렇게 함께 탭댄스 슈즈를 신고 발을 구른다.
예술적 완성도를 따지면 아쉬울 수도 있다. 함부로 터진 폭죽처럼 몇몇 장면은 매끄럽지 않고 어떤 부분은 까슬까슬하다. 그러나 이 불균질함과 촌스러움마저도 세밀한 계산 아래 나온 것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관객 822만명을 동원한 '과속스캔들'과 745만명을 불러 모은 '써니'의 강형철. 그는 대중이 만족을 느끼는 효용의 마지노선이 어딘지를 기막히게 읽는다. 쾌락의 임계치를 알고, 불쾌의 최소 효용을 안다. 남한과 북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전쟁과 춤이라는 극단의 요소를 한데 뭉쳐 폭발시킨다. 탈이념·소수자를 논하는 시대 트렌드를 거스르지도 않는다. 완벽에 가까운 상업 영화라는 점이 오히려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겠다.
뮤지컬ㅣ애니
11년이나 오지 않았지만, 부모가 꼭 올 거라고 믿고, 근심 걱정하는 사람들 앞에선 "투모로~ 투모로~ 내일을 기다려"라고 노래한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송년뮤지컬 '애니'는 새빨간 곱슬머리 소녀가 선사하는 한 편의 따뜻한 동화. 고아원에 살던 소녀가 억만장자와 만나 인생이 뒤바뀐다는 평범한 줄거리지만, 어떤 고난 앞에서도 당찬 애니의 모습은 어른들까지 미소 짓게 한다. 7년 만에 다시 국내 무대에 오르는 작품으로, 75:1의 경쟁률을 뚫고 애니 역에 발탁된 유시현·전예진양의 연기와 노래가 출중하다. 공연은 이달 30일까지.
콘서트ㅣ재주소년
겨울 코트 주머니에 넣어두고 먹다가 손에 향기 밴 '귤', '2분단 셋째 줄'이었던 첫사랑 그 소녀…. 언뜻 평범한 일상 같지만 가슴 한편을 따뜻하게 만드는 '재주소년'이 22일(토) '진부책방 스튜디오'에서 15주년 맞이 공연을 연다. 일반 공연장과 달리 서점 속 책들에 둘러싸여 2대의 어쿠스틱 기타로 빚어낸 반짝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CF에 삽입된 '2시20분' 등 향수를 자극하는 포근한 연주에 "역시 겨울엔 포크"란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오후 2·5시 두 차례 공연.
넷플릭스ㅣ로마
어떤 예술가는 전주(錢主)를 욕보인다. 천재 소릴 듣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넷플릭스 돈으로 ‘넷플릭스에서 보기 아까운 영화’란 평을 듣는 작품을 만들었다. 1970년대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평범한 가정의 다사다난을 다룬 자전적 영화 ‘로마’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찍는 방법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수작이다. 최고의 관람법은 두 번 보는 것이다. 한 번은 넷플릭스로 줄거리를 따라가며 예습, 다음번엔 대형 스크린으로 아름다운 화면을 음미하면서 복습. 넷플릭스와 시중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
전시ㅣ장 보고시앙
파괴가 창조의 다른 이름이라면, 분서(焚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르메니아 화가 장 보고시앙(69)의 개인전 '심연의 불꽃'이 내년 3월 24일까지 경기 용인시 뮤지엄그라운드 개관특별전으로 열린다. 펼친 채 불태운 한 권의 책은 활화산 혹은 삭아버린 꽃 등 전혀 다른 미적 언어로 번역된다. 책뿐 아니라 거대한 스티로폼에 불을 입혀 녹이거나, 캔버스 위에 연기를 쏘이는 식으로 표면의 심연을 드러낸다. 지난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아르메니아 국가관 초대작가였던 장은 "그 불의 흔적이야말로 예술적 발언"이라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