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운영하는 특정 카페 매장이 한 업체에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내용이 특감반 '비위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 보고서에 포함돼 있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청년층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고속도로 휴게소에 'ex-cafe'를 만들면서 자신과 가까운 우제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운영하는 커피 기계 회사 제품이 납품될 수 있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본지 취재 결과, 이런 의심을 할 만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ex-cafe'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다. 2000원대 싼 가격에 질 좋은 커피를 휴게소에서 판매한다는 게 취지다. 올 6월 1호점 설립(하남드림휴게소) 이후 넉 달 만에 8호점까지 매장을 늘렸다. 도로공사는 이 카페를 전국 휴게소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우제창 전 의원이 대표로 있는 커피 기계 회사 '테쿰'이 ex-cafe 1호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어 문을 연 7개 카페 중 6곳도 '테쿰'이 만든 커피 추출 기계를 사용하고 있었다.

◇의혹 ① 도로공사, '테쿰'에 유리한 조건 제시?

올해 초 도로공사는 새로 여는 카페 조건으로 '싱글 오리진(한 종류의 원두만을 사용)·자동 드립 방식(뜨거운 물을 천천히 통과시켜 커피를 추출)'으로 커피를 판매할 것을 제시했다. 시중 커피 전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 추출 기계와 비교해 흔한 장비는 아니다. 사용하는 커피 원두도 '스페셜티급 싱글 오리진'이라고 못 박았다.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은 테쿰이 만드는 커피 추출 기계에 최적화된 환경이었다.

하지만 카페 운영자들은 테쿰 커피 기계에 대해 "커피 추출까지 15분이나 걸려 가정이나 손님이 적은 동네 커피점에나 적합한 모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강래 사장은 "휴게소 커피에 대한 불만이 많아 싸고 품질 좋은 커피를 공급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의혹 ② ex-cafe 1호점은 테쿰이 왜 직접 운영하게 됐나

하남휴게소에 있는 ex-cafe 1호점은 테쿰이 직접 운영한다. 도로공사로부터 휴게소 운영권을 따낸 KR산업이 다시 입점 업체로 테쿰을 선택해 계약했다. 테쿰은 카페 운영 4주 만에 455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임대 조건도 유리했다. 하남휴게소 ex-cafe는 매출의 43%를 임대료(도로공사가 받는 돈)와 수수료(운영업체가 받는 돈)로 낸다. 같은 휴게소에 있는 커피 매장 탐앤탐스(52%)보다 적다. 이강래 사장은 "도로공사와 하남휴게소 운영 업체가 함께 시장 조사를 했는데 테쿰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테쿰의 하남휴게소 입점이) 특혜다 뭐다 할 것이 아니고 전부 시범 사업일 뿐"이라고 했다.

◇의혹 ③ 다른 ex-cafe들도 테쿰 제품 이용

지난 9~10월 문을 연 ex-cafe 2~8호점은 저소득층, 장애인, 청년 가장, 탈북자 등 '취업 취약 계층 청년'이 대표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매장 7곳 중 6곳이 모두 테쿰이 만든 커피 기계와 원두를 사용 중이다. 커피 기계는 휴게소 운영 업체가 구입했다. 도로공사가 9월 초 휴게소 운영 업체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한 후 업체들은 기계를 선정했다. 한 휴게소 운영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커피 기계를 잘 모르니 1호점(하남드림휴게소) 견학 이후 '같은 기계를 쓰는 것이 안전하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강래 사장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테쿰 (제품을) 하라고 해본 적 없고, 운영 업체·청년 창업자들이 자연스럽게 그쪽(테쿰 제품을 구입하는 쪽)으로 갔다"고 했다.

☞테쿰

우제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있는 '테쿰'은 주로 가정·사무실용 커피 추출 기계를 제조하는 업체다. 커피 원두를 수입·판매하기도 한다. 2016년 4월 설립됐지만 지난해 4억원 이상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원두 로스팅부터 커피 추출까지 과정을 자동화한 커피 추출 기계(195만원)가 주력 상품인데, 올 초까지 판매가 지지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 6월 한국도로공사 ex-cafe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커피 가게를 처음 직접 운영하고 있다. ex-cafe 7곳과는 영업 계약을 체결해 원두를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