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준이 어떻게 해! 내 새끼 어떻게 해! 우리 영준이…"

18일 오후 7시쯤 이번 강릉 펜션 사고로 사망한 유영준(18)군의 어머니가 강릉아산병원 장례식장 1층 시신 안치실 안에서 울부짖었다. 굳게 닫힌 문 밖으로 유군 어머니의 흐느끼는 소리가 고스란히 새어나왔다.

비슷한 시각, 숨진 김지헌(18)군 어머니는 사색이 된 얼굴로 강릉 고려병원 영안실에 뛰어들어왔다. 그는 "(우리 아이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아직 얼굴도 확인 안 했는데…"라고 흐느끼며 영안실로 들어갔다. 잠시 뒤 영안실에선 오열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병원 관계자는 "(사망 학생) 부모가 졸도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고(故) 안성무(18)군의 큰아버지는 유족 대기실에 앉아 절규했다. 그는 "왜, 왜, 왜…"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안군 어머니는 그로부터 1시간쯤 뒤 병원에 도착했다. 울며 걸어 들어오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주저앉아 버렸다. 안군 어머니는 병원이 제공한 휠체어에 실려 영안실로 들어갔다. 퉁퉁 부은 눈으로 "어떡해, 나 어떡해"라며 오열했다. 호흡도 가쁘게 내쉬었다. 얼마 뒤 안군 어머니는 실신해 들것에 실려 치료실로 옮겨졌다.

병원 보호자 대기실에 모인 피해자 가족들은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거나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눈물만 흘렸다. 대부분이 맞벌이 가정이었다고 한다.

강릉아산병원에서 만난 부상자 도학윤(18)군의 아버지 도안구씨는 "처음엔 학윤이가 사망자 명단에 잘못 들어가 있었다"며 "지옥에 갔다가 천국에 온 느낌"이라고 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도군은 약간 의식을 회복한 상태다. '얼굴 알아보겠느냐'는 부모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했다고 한다.

도씨는 "아들이 무사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다른 학생 부모를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도군 어머니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 이순 대성고 이사장은 본지 통화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부모님들의 상처를 감히 위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부상 학생 어머니는 병원을 방문한 유은혜 사회부총리를 붙잡고 "우리 아이를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유 부총리는 "신속하게 사고 원인을 파악하겠다"고 위로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과의 면담을 거부했다. 조 교육감은 취재진에게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황망할 따름"이라며 "가족들의 마음에서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