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에서 자란 래퍼 출신 작가가 미국 청소년들의 우상이 됐다. 앤지 토머스(30·사진)의 '당신이 남긴 증오'(걷는나무)는 미국에서 100만부 이상 팔리며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청소년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미국 학교 선생님들도 인종차별과 편견에 대해 가르치는 참고용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가디언은 "해리포터나 트와일라잇 같은 백인 위주의 미국 청소년 소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면서 "출판계의 기적"이라 평했다.

16세 흑인 소녀 스타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는데도 마약 거래 용의자란 이유로 경찰이 총을 쏜 것. 유일한 목격자였던 스타는 공권력에 맞서 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알려야 할지 갈등에 빠진다. 한국판 출간을 기념해 이메일로 만난 앤지 토머스는 책의 성공 요인으로 "예전엔 미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면, 요즘은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추세"라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책이 많이 읽힌 것 같다"고 했다.

소설은 흑인 가정에서 태어난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미국 미시시피주에서 '우범지대'로 불리는 잭슨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여섯 살 때, 공원에서 두 명의 마약상이 총격전을 벌이는 걸 본 적이 있어요. 항상 범죄와 마약, 가난을 마주해야 했던 동네였죠." 그는 백인이 대다수였던 사립대에 진학했고 인생을 바꾼 사건이 터졌다. 2009년 흑인 청년 오스카 그랜트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총을 맞고 사망한 것. 앤지 토머스는 "당시 저는 '게토(빈민가)'에서 온 학생이라는 편견에 맞서고 있던 상황이었다"면서 "백인 친구들은 오스카 그랜트의 억울함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10대 때 래퍼로 활동하기도 했다. '당신이 남긴 증오(The Hate U give)'라는 제목도 힙합계의 전설 투팍(2pac)의 노래에서 따왔다. 머리글자를 따면 'THUG(폭력배라는 뜻)'가 되는데, 사회적 편견과 증오가 하층민들을 폭력배(thug) 같은 삶으로 내몬다는 뜻이다. 투팍의 랩 같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토머스는 "어릴 때 힙합의 가사를 곱씹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법을 배웠다"며 "내 책도 미국 청소년들에게 힙합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 책도 래퍼에 관한 소설이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갈등인 '인종차별'을 10대의 눈으로 들여다본다. 몇몇 대사는 다소 교훈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토머스는 "10대들은 강렬한 것, 솔직한 것을 좋아한다"면서 "어려운 비유들로 설탕 발림을 하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