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에서 남북 시범철수 GP(감시초소) 상호검증에 나선 남측 검증단이 북측 GP를 검증하고 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시범 철수 대상인 북측 GP(감시 초소) 11곳이 임무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능화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북 GP 중 5곳에서 각각 1~2개씩 총 5~10개의 총안구(銃眼口) 시설(미니 벙커)을 발견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총안구는 GP와 지하 갱도 등으로 연결된 전투 시설로 기관총이나 소총 같은 직사 화기를 쏠 수 있는 소규모 진지다. 사진은 지난 12일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에서 북측 검증단이 남측 GP를 검증하는 모습.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방부와 합참은 이번에 시범 철수한 북측의 GP가 감시 초소로서의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해 불능화가 달성됐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앞서 남북 군사 당국은 지난 12일 시범 철수와 파괴에 합의한 22개 GP에 대한 상호 현장 검증을 했다.
지난 12일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에서 남북 시범철수 GP(감시초소) 상호검증에 나선 북측 검증단이 남측 GP를 검증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측 GP 5곳에서 100~200m 떨어진 지점에 파괴되지 않은 총안구 1~2개씩이 식별됐다"며 "이에 대해 북측은 '미확인 지뢰 지대에 있는 총안구여서 사용하지 않거나 (시범 철수 대상이 아닌) 인접 GP의 총안구'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우리 측 검증반은 북측 설명만 듣고 현장 확인이나 파괴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 군은 GP와 부속 시설들을 모두 파괴했다고 한다.
군 전문가들은 "우리 군의 일방적 무장해제"라고 우려했다. 최전방 참모장교 출신인 김승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GP 자체가 요새인 우리 군과 달리 북한군은 자동화기 총안구(토치카)가 GP 방어 라인의 핵심"이라며 "북의 조치는 껍데기 건물만 부수고 작전 기능은 보존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2일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에서 남북 군사당국이 시범철수한 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 상호검증에 나선 가운데 남북 현장검증단이 다과와 함께 환담하고 있다.
지난 12일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에서 남북 군사당국이 시범철수한 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 상호검증에 나선 가운데 우리측 검증반 대표 육군 대령 윤명식과 북측 현장검증반 안내 책임자 육군 상좌 리종수가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