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현역 의원 20여명, 원외 60명의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인적 쇄신'을 추진키로 하고 대상자 명단을 마련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한국당 지역구 의원이 95명(비례 17명)임을 감안할 때 현역 교체율은 20%를 넘길 전망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교체 대상 현역 의원에는 비박계 김무성 의원, 친박계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조강특위 위원장인 김용태 사무총장도 포함됐다. 비박과 친박의 교체 비율은 엇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혜 조강특위 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총선 공천 파동부터 국정 농단 사건, 박 전 대통령 탄핵, 6·13 지방선거 참패에 이르기까지 당 몰락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며 "강세 지역에서 안주해 온 다선(多選) 의원들에 대해선 더 엄정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했다. 조강특위는 검찰에 기소되거나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인사, 서울 강남과 영남의 '웰빙 다선(多選)'도 교체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준에 따르면 '공천 파동 및 진박 논란' 책임자로 김무성·원유철·김정훈·최경환·홍문종·윤상현 의원이, 국정 실패 책임자는 정종섭·윤상직·김재원 의원이, 분당 사태 책임자는 김용태·황영철·권성동 의원이, 1심 유죄 기소자는 이우현·이현재 의원 등이 1차적으로 해당한다. 여기에 서울 강남과 영남의 '웰빙 다선'으로 일부 중진 의원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강특위는 이 가운데 박근혜 정부 시절 내각이나 청와대에서 일했던 최경환·김재원·정종섭·윤상직 의원, 2016년 총선 공천 파동에 관련된 김무성·원유철 의원 등을 일단 '인적 쇄신' 명단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강특위 관계자는 "이들은 당시 여권 책임자급으로 '당 몰락'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황영철 의원은 본인이 직접 당협위원장에서 배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조강특위 인적 쇄신 명단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비대위 관계자는 "쇄신의 양적 규모보다는 '상징성'을 고려할 것"이라고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112명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며 "과도한 인적 쇄신으로 대여(對與) 투쟁력이 약화될까 우려된다"고 했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기소가 됐다거나 불출마를 선언했다고 모두 배제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친박·비박계 숫자를 동수(同數)로 해 계파 갈등의 여지를 줄이려 한다는 말도 나왔다.
조강특위는 15일 오전 최종 명단을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이 명단을 당대표 직권으로 수정한 뒤 비대위를 소집해 의결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명단이 제 생각하고 많이 다르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며 "비대위원들과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당연직 비대위원인 나경원 원내대표가 '대규모 인적 쇄신'에 반대하는 점이 당내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당내 계파 눈치를 보다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보여주기식' 쇄신을 하면 한국당은 영영 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은 오늘 나 원내대표를 만나 오찬을 하며'담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 측에서도 '친박 인사 몇몇 청산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나 원내대표의 반발을 무릅쓰고 서둘러 명단을 발표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 원내대표를 설득한 뒤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15일로 예정됐다가 연기된 '인적 쇄신' 발표가 또 지체되면 계파 간 논란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