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13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의혹을 하원 차원에서 파헤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스캔들'을 파헤치는 로버트 뮬러 특검과 '성관계 스캔들' 등을 파고드는 뉴욕 연방검찰에 이어 하원까지 트럼프를 정조준함에 따라 내년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는 트럼프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리게 될 전망이다.

펠로시 대표는 이날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회가 대통령의 소득 신고서를 요청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다"며 "하원 세입위원회는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소득 신고서를 제출받기 위한 첫 번째 단계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펠로시는 이어 "백악관이 (탈세 조사에) 저항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11월 중간 선거에서 승리, 내년 초 개원하는 하원에서 8년 만에 다수당으로 복귀한다. 펠로시는 지난달 28일 민주당 하원의원 당선자 총회에서 의장 후보로 선출돼 내년 하원이 개원하면 하원의장에 오를 예정이다.

트럼프의 탈세 의혹은 그 실체의 증명 여부에 따라 강력한 폭발력을 갖는 사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의혹은 2016년 대선에도 중요 쟁점이었다.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가 자신의 소득을 공개해야 한다는 명문화된 법 규정은 없지만 1972년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태 이후 관례적으로 대선 때 자신의 소득 신고서를 공개해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당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공세에도 개인 세무 자료라며 이를 끝까지 거부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그의 소득 신고서를 제출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공화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런 와중에 뉴욕타임스는 지난 10월, 트럼프가 아버지로부터 최소 4억1300만달러(현 시세·약 4600억원)를 물려받고도 거액의 상속·증여세를 탈루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트럼프가 수십년간 기업활동을 하면서도 교묘한 세금 회피 방법으로 연방 소득세 등을 내지 않은 의혹도 있다고 했다.

가능성은 작지만 하원이 소득 신고서를 받는 데 성공한다면,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 소득원과 사업 파트너, 세금 납부 내역 등이 드러나게 된다. 반대로 트럼프가 거세게 반발하며 반격에 나설 경우, 미 정치권이 극한 대결과 혼란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중간선거 직후 트위터에 "민주당이 하원에서 우릴 공격하면, 우리도 기밀정보 유출 등에 대해 그들을 조사하는 걸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