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실검) 순위 2위에 10·20대 여성 의류 쇼핑몰 '임블리'가 올라왔다. 임블리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갑자기 실검 상위 20위 안에 진입했다. 이후 급속도로 순위가 올라가더니 30분 만에 2위에 오르고 약 한 시간가량 자리를 지켰다.

이날 임블리가 갑자기 실검 2위를 차지한 것은 임블리의 창업자 임지현씨가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시작됐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83만1000여명에 달하는 임씨는 오전 9시쯤 자신의 계정에 '임블리가 실검 1위를 할 경우 인기 아우터 상품 5종을 50% 할인가로 제공합니다. 지금 바로 네이버에서 임블리를 검색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임블리 홈페이지에도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갔다. 이를 확인한 네티즌들이 네이버로 몰려가 임블리를 검색했고, 불과 한 시간도 안 돼 네이버 실검 최상위권에 오른 것이다.

임블리가 실검 2위 자리를 차지하자 임씨는 다시 인스타그램에 이를 캡처한 화면과 함께 '조작과 꼼수 없이 검색으로만 실시간 검색어 2위에 올랐다. 2위 기념으로 낮 12시부터 40% 할인 행사를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임블리가 40% 할인 행사를 시작하자 13위까지 떨어졌던 임블리의 실검 순위는 오후 1시쯤 다시 6위로 올라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임블리는 오후 4시 30분까지 약 7시간 동안 실검 20위 안에 머물렀다.

임블리가 실검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관련 기사도 쏟아져 나왔다. 이날 네이버에 올라온 임블리에 관한 기사는 129건이었다. 기사 대부분은 '실검 1위 이벤트 시작한 임블리' '실검 2위 기록한 임블리, 임지현은 누구?' 등 실검 상위권을 장악한 임블리와 세일 행사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내용을 계속 베껴서 올리는 어뷰징(동일 기사의 반복 전송) 기사도 많았다. 네이버 실검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검색 독려→검색량 급증→실검 상위권 장악→관련 뉴스 생성 순의 여론몰이가 똑같이 재현된 것이다. 반면 이날 임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는 '좋아요' 4000여개, 댓글 800여개가 달렸다. 임씨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중에는 평범한 수준의 '좋아요'와 댓글 수가 달린 반면 하루 사용자가 3000만명이 넘는 네이버에서는 하루 내내 실검 상위권에 오른 것이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네이버 실검이 여론몰이에 얼마나 취약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는 말이 나온다. 소셜 미디어의 인플루언서(influencer·영향력이 큰 인물)인 임씨의 게시물 한 건에 국내 최대 포털의 실검 순위가 요동을 치는 것을 보면 특정 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실검 조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한규섭 교수(언론정보학)는 "실검은 한국 포털에만 있는 특이한 사업 모델"이라며 "포털은 여론의 다양성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실검은 여론의 쏠림 현상만 가속화시키고 이 과정에서 엉뚱한 피해자를 낳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실검의 알고리즘(연산 논리 체계)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네이버가 실검 순위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들의 검색량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을 막기 힘들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이돌 팬클럽에서도 '생일 선물' 차원에서 실검 순위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쇼핑몰이 마케팅 차원에서 실검 이벤트를 단행한 것을 조작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