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택시 기사가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며 국회 인근에서 분신해 목숨을 끊었다. 숨진 택시 기사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조합원으로, 지난 10·11월 열린 카풀 반대 대규모 집회에도 모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의 한 택시회사 소속 기사 최모(57)씨는 10일 오후 2시쯤 여의도 국회 인근 도로로 택시를 몰고 와 차 안에서 분신했다. 경찰은 사고 10여분 전쯤 '택시 기사가 국회 앞에서 분신하려 한다'는 제보를 받고 최씨를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한 경찰이 국회 정문 앞으로 서행하는 수상한 택시 한 대를 발견해 검문에 나섰다. 차량 조수석에선 휘발유통 같은 것이 보였고, 기름 냄새도 차량 밖까지 심하게 퍼졌다고 한다. 경찰이 검문하려 하자 최씨는 차를 몰고 도망갔다. 여의2교 방면으로 약 500m를 달리다 사거리 신호에서 멈춘 택시는 곧바로 연기에 휩싸였다고 한다. 최씨는 운전석에서 몸에 인화물질을 뿌린 뒤 불을 질렀다.

택시를 쫓아간 순찰차가 소화기로 불을 진화하고 최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그는 끝내 사망했다. 최씨와 같은 택시회사 소속 김희열 노조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최씨는 이날 두 번의 통화에서 '카카오 카풀을 막기 위해서 내가 희생해야겠다' '분신이라도 해야겠다'고 했다"며 "계속 만류하고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했다. 최씨의 분신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 T카풀'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지 나흘째 되는 날 벌어졌다.

최씨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택시 기사를 위해 정부가 나서주길 바란다"며 "시신은 카카오 본사 앞에 안치해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택시 단체들은 "최씨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정부 여당과 카풀 앱 플랫폼 업체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