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강릉선 탈선(脫線) 사고를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선로전환 시스템의 오류는 사고 당일인 지난 8일은 물론 그 이전에도 이미 수차례 발생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코레일 전산 시스템에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 국민 목숨이 파리 목숨인가. 코레일은 이상한 조직이 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사고 당일엔 날씨 탓을 하더니 하루 뒤에는 "KTX 강릉선 개통 이전에 (케이블이 잘못 꽂히는 일이) 발생했다"고 했다.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 말을 반박하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최근 3주 사이에 무려 11차례 철도 사고가 잇따랐다. '이러다 큰일 날 것'이란 예고까지 있었다.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강릉선 선로전환 시스템 오류 사실이 보고되고 시정됐을 것이다. 그 가장 기초적인 일조차 행해지지 않고 있다. 코레일 사장은 국회 등에서 6번 사과했지만 정치 쇼에 불과했다.

이 정부는 스스로를 세월호 정부라고 부를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현장에 가서 숨진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썼다. 그러면서 올 초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 '국민 생명권' '안전권' 조항을 넣기도 했다. 그런데 과거 어느 때보다 대형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대형 참사가 잇따랐다. 서울 상도동 어린이집 붕괴, 고양 유류저장소 폭발, KT 통신구 화재, 경기도 온수관 파열 등은 천운(天運)으로 끔찍한 참사를 모면했을 뿐이다. 이번 KTX 사고 역시 열차가 한 바퀴만 굴렀어도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무서운 사고다.

안전은 담당 기관과 근무자들의 기강과 직결돼 있다. 나사못 하나가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나사못 하나의 문제를 허투루 보지 않으려면 기관에 근무 기강이 서 있어야 한다. 지금 코레일에 기강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정부 내에서도 없을 것이다.

기강이 서려면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정부는 책임자들이 사고 책임을 남의 말 하듯, 평론가처럼 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소관 분야에서 대형 사고가 터졌는데 하루 늦게 현장에 와 "반드시 책임을 묻게 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코레일 사장은 노조 정치와 남북 쇼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듯하다. 이들은 사고가 나면 책임질 생각보다 '사회의 잘못'이라는 식으로 문제를 비켜가는 데도 능하다. 이번에도 '인력 부족'이라는 등 선후가 뒤바뀐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업무와 책임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 정신이 팔린 기관장과 조직이라면 인력이 두 배가 돼도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