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전 국군 기무사령관이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를 받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 7일 투신해 숨진 사건과 관련,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더 이상 적폐 청산의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법치 파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변은 9일 발표한 성명에서 "검찰이 정권의 하명(下命) 수사를 계속하는 한 적법절차를 어긴 무리한 수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변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10일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과 이른바 ‘계엄령 문건 파문’에 대한 특별수사단 구성을 지시했다"면서 "군 관련 사건으로 독립 수사단이 구성된 건 창군 이래 처음이지만 이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한변은 이어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74조를 들며 "통수권 차원의 대통령 특별 지시라 하더라도 법률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변은 문 대통령이 같은 달 27일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기무사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이 있었는지, 계엄령 문건이 불법적인 것인지는 진행 중인 수사 결과에서 밝혀져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미리 그 존재를 못 박고 불법적 일탈 행위로 규정해버린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수사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공정한 수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한변 측 주장이다.

한변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서 그로 말미암아 구체적으로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마당에 직권남용 등의 형사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변은 "현재 전(前) 정권의 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적폐 수사가 표적 수사, 과잉 수사, 별건 수사의 형태로 2년 가까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무수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피해자의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변은 "전 정권과 관련해 이른바 적폐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은 지난해 10월 정모 변호사와 같은 해 11월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에 이어 이 전 사령관이 세 번째"라며 "문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민·형사상 모든 책임이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