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 내가 겨울 산을 좋아하는 까닭은 숨은 이야기가 있어서다. 낙엽으로 흙으로 돌아가 먼저 흙이 된 꽃과 다시 만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겨울 산 내가 겨울 산을 사랑하는 까닭은 낙엽이 꽃이 되고 꽃이 낙엽이 되는 꿈을 꾸는 따뜻한 어둠이 있어서다. 겨우내 눈물 언 별들이 함께 봄을 기다려주어서다
―안상학(1962~ )
꽁꽁 얼어붙은 날씨입니다. 이러한 때에 세상은 적막합니다. 특히나 겨울 산은 새 한 마리 날지 않습니다. 바람만이 씻은 듯이 바위며 소나무를 붙들고 차갑고 높은 음악 소리를 냅니다. 허나 귀 밝은 사람이 있으니 귀 기울여 그 속에서 웅얼대는 '숨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꽃 피어 찬란하던 골짜기의 봄, 여름의 일들. 하나 꽃도 이내 사라져 남은 잎들이 가을 낙엽이 되기까지 섭섭하기도 했을 시간이 모두 가서 이제 대지의 '따뜻한 어둠'이 되었습니다.
허나 그 어둠은 단지 '소멸'만은 아닙니다. 다시 지난해의 꽃은 잎으로, 잎은 꽃으로 몸 바꿔 피어날 봄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절기의 산이 눈앞에서 바쁘다면 동절기의 산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쁩니다.
그저 적막하기만 하던 ‘겨울 산’에 가면 귀가 시렵습니다만 그것은 새로 생긴 귀이기도 합니다. 듣지 못하던 깊은 이야기 소리를 듣게 되는 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