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오피스텔.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이 13층에서 투신해 숨진 이곳 로비의 대리석 바닥에는 그를 추모하는 A4 용지가 붙었다. "조국을 위해 열심히 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죽음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투신한 오피스텔 로비에 추모글 붙어 - 지난달 27일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에 대한 사찰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던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위 사진). 7일 이 전 사령관이 투신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오피스텔 로비에 누군가“당신의 죽음은 조국을 위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붙여놨다.

이 전 사령관은 이날 극단적 선택을 앞둔 사람 같지 않았다는 게 변호인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 전 사령관은 투신하기 약 1시간 전 변호인과 전화 통화를 했다. 그는 "날씨가 추워 (세종시에 있는) 집 보일러가 얼 것 같은데, 수사 대상자가 집에 갔다 와도 되느냐" "언제 다시 검찰 조사를 받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의 부하들은 최근 군(軍) 검찰에 줄줄이 구속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사찰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이 사건은 지난 7월 국방부 댓글조사 TF(태스크포스)가 제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TF는 "기무사가 세월호 참사 때 희생자 가족들의 동향을 조직적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주 뒤 '기무사 의혹 군 특별수사단'을 띄워 수사에 나섰다. 이 전 사령관의 부하 5명이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사령관은 당시 "부하들 볼 낯이 없다"며 괴로워했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유족 사찰 건으로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검찰은 이 전 사령관 조사에서 이 혐의와 상관없는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그가 2012년 대선 때 댓글 조작을 했다는 전직 군 사이버사 직원의 동향을 파악하도록 하는 등 정치 개입을 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사실상 별건(別件) 수사였다. 군 사이버사 댓글 사건에서 이태하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이 핵심 인물이었다. 검찰이 내민 문건(2014년 작성)에는 "이태하 전 단장이 심경 변화가 예상되므로 예비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당시 이태하 전 단장은 군무원에서 퇴직한 민간인 신분으로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기무사는 이 전 단장이 2012년 상황을 법정에서 진술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타격이 갈 것을 우려해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혹은 정치 개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은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었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에게 이 부분을 추궁하면서 "변호인과 잘 상의해보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 측은 본지 통화에서 "김관진 전 안보실장 등 '윗선'을 불지 않으면 별건 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는 말로 들려 압박감이 컸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은 자신의 직속상관을 불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3일 이 전 사령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혐의 입증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검찰은 영장 기각 사흘 후인 6일 경찰청 정보국에 압수 수색을 나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국에서 생산한 'VIP(대통령) 보고용' 문건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 투신 사고 이후 "경찰청 압수 수색은 이 전 사령관과 아무 관련성 없는 수사"라고 밝혔지만, 이 전 사령관 측은 "압박감을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경찰청 정보국' 관련 혐의가 있었다. '경찰청으로부터 진보 단체 집회 계획을 수집해 재향군인회에 전달했다'는 혐의였다. 이 전 사령관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주변에 "나에 대한 수사가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경찰청 압수 수색 다음 날 이 전 사령관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A4 용지 두 장짜리 유서를 남겼다. 그는 유서에서 "세월호 사고 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5년이 다 지나가는 지금, 그때의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랍니다. 검찰 측에도 미안하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군인으로서 오랜 세월 헌신해온 분의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