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불법 이민을 척결하겠다며 국경 장벽까지 쌓고 있지만 정작 본인 소유 골프장에선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 시각) 그들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인터뷰했다.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청소부로 일한 과테말라 출신 빅토리아 모랄레스(45)와 코스타리카 출신 산드라 디아즈(46) 두 사람은 "트럼프 재단이 외부 업체에 의뢰해 허위 영주권(그린카드)과 가짜 사회보장카드 등을 발급받게 해줬다"며 "우리 같은 사람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터뷰 내용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트럼프 일가의 사생활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에도 골프클럽 내 2층짜리 숙소에서 주말을 보내는 등 총 70여 일을 머물렀다. 트럼프는 존 켈리 비서실장과 회의는 물론이고, 주요 장관 후보자 면접도 이곳에서 했다.
2013년까지 이 일을 하고 퇴사한 디아즈는 "트럼프의 팬티, 골프 셔츠, 침대 시트와 수건까지 다림질을 했다"며 "트럼프와 멜라니아, 아들 배런이 쓰는 것들은 별도의 세탁기에서 특별한 세제로 빨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어느 날 트럼프가 클럽 하우스로 부르더니 액자 틀과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먼지가 안 묻어 나오자 내게 100달러를 줬다"고 했다.
5년째 트럼프 숙소를 전담한 모랄레스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뒤 방문하는 날엔 유니폼에 '특별 수행(Secret Service)' 로고가 박힌 성조기 배지를 달고 일한다고 했다. 그는 "내가 유리창을 닦다 손이 안 닿아 애쓰는 모습을 보고 트럼프가 걸레를 달라고 하더니 윗부분을 닦아줬다"면서 "내게 출신을 물었는데 영어를 잘 못 알아들어 간신히 답했는데, '과테말라 사람들이 부지런하군'이라며 50달러를 팁으로 줬다"고 말했다. 직원이 불법 이민자라는 사실을 트럼프도 인지했을 것으로 NYT는 추측했다.
불법 이민 직원들은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2015년 어느 날 단체로 소환돼 '근로 비자를 정식으로 제출하거나, 근무일수를 줄여야 한다'고 통보받았다. 그러나 일을 잘하는 모랄레스는 클럽 측이 더 정교한 불법 서류를 만들어줬다고 한다. 이들은 미 최저임금 수준인 시간당 10~13달러의 급여를 받았다.
이들은 해고나 추방 위기를 감수하고 인터뷰에 응한 데 대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중남미 사람들은 모두 범죄자'라고 말해 상처받았다"(모랄레스)며 "중간 관리자가 우리를 '개만도 못한 불법 이민자들'이라고 모욕해 참을 수가 없다. 트럼프가 그렇게 만든 것"(디아즈)이라고 했다. 모랄레스는 6일 NYT 보도 직후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