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해 윤장현 당시 광주광역시장에게 4억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김모(여·50)씨가 지난 몇 년간 광주 지역의 다른 정치인 선거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당시에도 자녀를 선거 캠프에서 써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김씨는 작년 말부터 지난 10월까지 권 여사와 문재인 대통령 등을 사칭해 돈을 요구하거나 자녀 취업을 청탁한 혐의로 경찰에게 붙잡혔다.

지역 정치권과 수사 기관 등에 따르면 '사기 전과가 있는 휴대전화 대리점 운영자'로 알려진 김씨는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선거 때마다 선거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자청했다. 김씨는 2015년 광주 서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천정배 후보 캠프를 비롯해 2016년 총선 광주 서구을 양향자 후보, 2018년 지방선거 광주서구청장 서대석 후보, 광주시장 강기정 후보 캠프 등을 접촉했다고 한다.

2015년 당시 천정배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김씨가) 남편과 함께 캠프를 드나들었고 짧은 기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는 활동을 했다"고 했다. 또 "아들을 데려와 캠프에서 써달라고 요구해 후보 동선(動線)을 사전 점검하는 선행팀에 배치해 운전 등 업무를 맡겼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가 "고작 이런 일을 하러 온 게 아니다"고 화를 냈고 얼마 후 캠프를 나갔다는 게 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그리고 다음 총선에서 천 의원과 맞붙은 양향자 후보 쪽에서 활동했다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 측 또 다른 인사는 "선거 캠프를 오가며 얼굴만 아는 사이인 김씨가 아들 취업을 부탁하거나 '딸이 아프다'며 수백만원을 빌려 달라고 해 상대해선 안 될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서대석 광주서구청장은 "(김씨가) 선거 때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도와주겠다며 스스로 찾아왔다"며 "당시 페이스북 등에서 상대 후보를 강하게 공격하는 등 열심히 활동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2018년 광주광역시장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섰던 강기정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씨가 캠프를 찾아왔지만 김씨를 잘 아는 사람이 '김씨는 (문제가 있으니) 절대 받지 마라'고 해 아무 역할을 맡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와 시민운동을 하다 정치를 하게 된 윤 전 시장은 이런 상황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거액을 돈을 주고 김씨 자녀의 채용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전 시장은 현재 머물고 있는 네팔에서 다음 주 초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언론에 "13일 이전 출석해 조사받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