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稅) 인상에 반대하며 시작된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가 '반(反)마크롱 정부' 시위로 번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류세 인상을 6개월 유예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위대는 예정된 '노란 조끼' 시위를 그만두지 않고 오히려 '반정부 시위'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티에리 파울로 발레트는 정부가 유류세 인상 유예를 발표한 직후 "정부 조치는 너무 늦은 데다 충분하지도 않다"며 "우리는 마크롱 정부가 물러나길 바란다"고 했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발레트는 "우리는 (유류세만이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파리 개선문 외벽 등에는 '마크롱 퇴진'을 요구하는 낙서로 도배됐다. 시위대 지도부는 5일 예정된 필리프 총리와의 비공식 회동을 거부했다. 시위대는 오는 8일로 예정된 전국 대규모 시위를 강행할 방침이다.
뉴욕타임스는 "노란 조끼 시위는 마크롱 정부의 부자를 위한 감세, 높은 실업률, 빈부 격차, 성장 둔화 등 복합적 이유로 벌어진 것"이라며 "정부의 한 차례 양보로는 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크롱 정부는 올해 '부자세'라고 하는 사회연대세 부과 대상을 대폭 축소하는 방식 등으로 연 4조원 규모의 '부자 감세'를 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세 정책이었지만 올해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1%대에 그칠 전망이고, 실업률은 9%를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 비싼 도심에 살지 못해 외곽에서 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류세를 건드린 게 불을 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으로선 유류세 인상이 참을성의 한도를 넘어서는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시위대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벤자멩 코시는 "프랑스 국민은 참새가 아니다. 빵 부스러기가 아닌 온전한 바게트를 원한다"고 했다. 유류세 문제만 해결한다고 끝날 시위가 아니라는 뜻이다.
야당들은 비판 성명을 잇따라 내고 "정부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르몽드는 "마크롱의 오만이 스스로를 덫에 가뒀다"고 평가했고, 르피가로는 "정부가 국민 분노를 달래주지 못하고 있고 마크롱은 무너졌다"고 썼다. 여론이 악화하자 뱅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5일 '부자세' 대상 축소 정책을 철회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