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을 사찰한 혐의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3일 기각됐다. 법원은 "구속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구속의 상당성이란 혐의가 소명됐는지와 구속이 타당한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사용되는 개념이다. 즉, 법원은 이 사건 범죄 혐의가 구속할 만큼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이 전 사령관에게 적용한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사찰을 지시하고, 경찰청으로부터 진보 단체 집회 계획을 수집해 재향군인회에 전달했다는 혐의다. 그중 핵심은 '세월호 유가족 사찰'이었다.
검찰은 그 증거로 기무사 TF(태스크포스)가 만든 '동정보고서'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 지시와 결과가 그 보고서에 담겼다는 것이다. 실제 보고서 내용 중엔 '남○○·이○○ 등 2명이 전원 수습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성적 판단을 기대하기 곤란하므로 심리 안정을 위한 치료 대책 강구 및 온건 성향자부터 개별 설득 필요'라는 부분이 있다. '세월호 정국 타개를 원하는 국민적 여론 활용, 실종자 가족 압박'이라고 적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기무사 TF 가 2014년 5월 13일부터 10월 15일까지 만든 150여 건의 보고서를 본지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혐의 내용과 상반되거나 무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예컨대 '세월호 추모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위를 차단하라'는 것부터 '○사단 아침 점호 시 웃음 체조를 하는데 정국에 맞지 않는다'며 제지한 내용도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작업 과정에 대해 사소한 것도 수시로 설명을 요구하니 별도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한 부분도 있다.
특히 2014년 5월 18일 작성된 문건엔 사령부 지시 사항으로 '민간인 사찰 논란이 없도록 현장 활동 시 무분별한 정보 수집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루 뒤 작성된 문건엔 '군인이 자원봉사자처럼 행동하면 실종자 가족을 감시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와는 상반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검찰이 이 보고서 외에 다른 증거를 확보했을 수 있다. 앞서 같은 혐의를 받은 기무사 대령급 장교 일부는 군(軍)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보고서 내용만 놓고 보면 검찰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증거만 본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에도 그런 판단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