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치자금을 둘러싼 ‘중복 수령’ 논란의 핵심은 국회사무처가 개별 의원에게 의정활동 지원금을 주는 지원경비계좌와 후원금을 받는 정치자금계좌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중 정치자금계좌의 경우에만 선거관리위원회에 사용 내역을 증빙할 의무가 있다.

현행 규정상 의원실이 의정보고서 등을 제작 및 발송하고 업체에 비용을 결제한 뒤 국회사무처에 영수증을 제출하면, 사무처는 해당 비용 일부를 보전해준다. 구체적으로는 개별 의원 명의의 계좌로 비용을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다만 영수증 제출 후 지원금 입금까지 2주 이상의 간극이 있기 때문에, 우선 정치자금계좌에서 지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뉴스타파와 시민단체인 세금도둑잡아라·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금태섭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26명이 영수증을 이중으로 청구해 세금을 빼돌렸다며 명단을 공개했다.

즉, 의정활동 명목으로 정치자금계좌에서 비용을 지출한 뒤, 사무처에 영수증을 또다시 제출해 비용을 이중으로 수령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의원실에선 정책자료 발간 및 발송, 의정활동 홍보, 정책자문 등 사무처 지침에 해당되는 내역에 한해 영수증을 제출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선관위에 지출내역 증빙차 제출…‘중복 수령’은 사실왜곡"

이에 대해 홍 원내대표와 금 의원은 ‘절차상 이중 제출’을 했을 뿐 ‘중복 수령’과는 무관하다며 왜곡보도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책홍보물유인비를 결제할 때 사무처가 입금하는 ‘홍영표’명의의 계좌가 아닌 ‘홍영표 후원회’명의의 통장에서 업체로 지출했다"며 "지출 행위를 어느 통장에서 했는지에 대한 회계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선관위 보고 의무를 갖는 정치자금계좌에 비해 지원경비계좌의 회계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여 지원경비계좌에서 관리하던 해당 금액 1936만원을 정치자금계좌로 이체했다"며 "회계상의 문제점을 시정한 것인데, 뉴스타파가 이를 ‘반납’이라 표현한 것은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고 했다.

금 의원도 페이스북에 직접 글을 남기고 "어떠한 부당한 방식으로도 금전적 이익을 취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이익이 없기 때문에 반환해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수증 제출 과정에서 선관위에는 정치자금 사용 증빙용으로, 국회사무처에는 비용 청구용으로 냈기 때문에 이중청구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돈을 다시 정치자금 계좌로 입금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관위에 공식적으로 질의를 보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정치자금 통장에 있든 지원경비 통장에 있든 계좌만 다를 뿐 돈은 그대로 공적으로 관리되는 것이고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유용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국회사무처 핵심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통상적으로 의원실이 비용을 제출하고 영수증을 청구하면 계좌로 입금되기까지는 2주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후원금 계좌에서 먼저 쓰는 경우도 많다"며 "선관위와 사무처에 영수증을 각각 내기 때문에 ‘이중 제출’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세금이 중복해서 두번 나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정치자금 계좌는 공적으로 관리되고 선관위에 매년 보고하는 계좌이지만, 의원실 운영비계좌는 그냥 개인 계좌"라며 "정책자료나 홍보물발간, 발송비 명목으로 그 계좌로 돈을 받아서 청구한 명목과는 달리 썼다면 'In my pocket'을 한 것이고 그 자체로 불법"이라고 재반박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영수증 이중 제출 문제를 처벌할 조항은 없다.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회계상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국회 내부에서도 절차적 수정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사무처 관계자는 "각각 계좌가 다르다보니 회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이 부분은 중복 수령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손을 보면 된다"고 했다.

한편 해당 명단에는 홍 원내대표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 민주당 의원 14명, 전희경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9명,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