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對北) 독자 제재 대상에 올랐다는 이유로 국내 정유사들이 연료 제공을 거부해 한 달 넘게 부산항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 선박 세바스토폴(Sevastopol)호가 지난 29일 연료를 주입해 러시아로 돌아간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에 따르면 세바스토폴호는 최근 국내 정유사들로부터 직접 연료를 공급받지 못하고 중개인을 통해 러시아까지 갈 수 있는 분량의 연료만을 구입한 뒤 29일 오후 8시 부산항을 떠났다. 정부는 지난 9월 수리를 위해 부산항에 입항했던 세바스토폴호을 상대로 대북 제재 위반 혐의를 조사했으나 위반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지난달 초 출항 보류 조처를 해제했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들은 세바스토폴호에 연료를 공급할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당할까 우려해 유류 공급을 거부했다.

지난 8월 미국 재무부는 '선박 대 선박' 환적을 통해 북한으로 석유·정유 제품 반입을 돕고 있다며 러시아 해운 회사 구드존의 세바스토폴호를 포함한 선박 6척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올렸다. 최근 세바스토폴호 상황을 전한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서 구드존의 알렉세이 부사장은 "GS 칼텍스, 현대오일 같은 한국의 대형 정유사가 연료 제공을 안 하겠다고 한다"며 "우리는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으려는 이들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세바스토폴호는 중개인을 통해 정유사 유류를 구입, 일종의 '우회로'를 찾은 셈이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들이 세바스토폴호에 제공될 유류라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중개인에게 팔았다면 추후에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유기준 의원은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국내 기업들에 정부가 구체적인 정보와 지침을 제공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이 극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