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주영훈 지음|가디언|268쪽|1만5000원

"윤전기 세워!"

2017년 7월 28일 밤 12시 반, 고요한 편집국에 신문 인쇄를 멈추라는 목소리가 울렸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띄운 한 줄짜리 자막 '북한, 미사일 추정 비행체 발사 정보' 때문이었다. 30분 만에 1면 헤드라인이 완전히 바뀌었다. '北, 한밤에 탄도미사일 동해로 발사.' 다음 날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독자들이 집어든 신문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20년 차 편집기자로 10년 넘게 조선일보에서 1면을 편집한 저자가 매일 밤 전쟁같이 벌어지는 신문 편집의 뒷이야기를 풀었다. 검찰 조사를 받는 우병우의 팔짱 낀 사진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 트럼프의 정상회담 취소 폭탄 발언, 김정남 암살 사건 등 분초를 다투는 뉴스를 다루는 편집국의 생생한 현장을 기록했다.

편집기자의 '꽃'인 제목을 다는 이야기도 재밌다. 멋진 풍경으로 소문난 대나무 숲을 소개하며 '竹이네'라는 제목을 짓거나, '어마'라는 이름의 허리케인이 미국을 강타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어마어마한 허리케인 어마'라고 붙이는 식. 이런 '아재 제목'의 유혹에 매일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