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안철상(61·사법연수원 15기) 법원행정처장이 "아무리 병소를 많이 찾는다고 하더라도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28일 밝혔다. 안 처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명의는 환부를 정확하게 지적해서, 단기간 내에 수술을 해 환자를 살리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안 처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의 수사 방식을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6월 이 사건 수사에 나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그동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 수십명을 불러 조사했다. 차한성, 민일영, 박병대, 고영한 등 전직 대법관만 4명을 소환 조사했고, 참고인을 포함해 검찰에 불려나온 현직 판사만 5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저인망식 수사’다.

검찰은 지난 14일 이 사건 실무 총책임자로 지목된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장을 구속기소하며 직권남용 등 범죄 혐의만 30여개를 적용했다. 위법한 지시를 받은 사람과 내린 사람, 지시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보면 범죄 사실이 100개도 넘는다고 한다. 법원 내부에선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거의 모든 업무를 직권남용으로 보는 것 같다. 털어도 너무 털었다"는 말이 나왔다.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는 검찰이 자주 쓰던 말이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은 총장 재직 시절 수차례 ‘외과수술식 수사’를 강조했다.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 신속하게 수사를 종결해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수사를 하라"고 했었다. 후임인 김수남 전 검찰총장도 "고양이가 생선만 날렵하게 먹어치우듯이 신속한 수사를 해야 한다"며 ‘스마트한 수사’를 강조했다. 늘 검찰권의 남용을 경계하면서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다. 안철상 처장의 이날 발언도 같은 맥락의 지적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검찰 반응은 싸늘하다. 수사팀 한 관계자는 "수사범위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인망식으로 수사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범죄 혐의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검찰청 한 간부는 "수사받는 대상 기관(법원행정처)이 검찰 수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법원행정처가) 수사에 제대로 협조도 하지 않고 있다던데, 수사 협조 잘하면 빨리, 환부만 도려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안 처장은 지난 27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차량에 화염병이 날아든 사건과 관련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사법부는 이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심판에 대한 존중이 무너지면 게임은 종결될 수 없고 우리 사회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사법 불신에 근거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는 "그 점도 깊이 있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