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현대차 협력 업체에서 벌어진 민노총의 폭행은 끔찍하다. 폭행을 목격한 회사 관계자의 진술서에 따르면 민노총 조합원들은 이 회사 노무 담당 임원을 한 시간가량 감금한 채 집단 구타했다. "네 주소 다 안다. 식구들 가만둘 줄 아느냐" "널 죽이고 감방 가겠다"며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겐 "휴대폰으로 채증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얻어맞은 임원은 피투성이가 됐고, 일부 노조원은 바닥에 떨어진 핏자국을 닦고 현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회사 직원들은 6차례나 112에 신고했다. "사람이 맞아 죽는다. 빨리 와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인근 파출소와 지구대, 강력계 형사까지 경찰관 20여 명이 회사에 도착해놓고도 민노총이 막아선다는 핑계로 40분 넘게 폭행 장소 주변을 맴돌기만 했다. 폭행 사건이 벌어지면 경찰은 신속하게 현장을 장악해 추가 피해를 막고 가해자를 연행해 조사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경찰이 한 일이라곤 민노총에 길을 열어달라고 '설득'한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시위대가 철수하자 그제서야 조사에 나섰지만 정작 가해자들은 자리를 뜬 뒤였다. 법을 집행하는 게 아니라 폭력을 방조한 것이다. 오죽하면 회사 대표가 "사람부터 구하는 게 경찰 임무 아니냐" "노조를 위한 경찰이냐"고 항의했겠나.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5일 민노총의 불법에 대해 "어떤 집단이든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며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기물을 파손한다면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예상대로 말뿐이었다. 경찰의 직무 유기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지금 한국에서 민노총은 치외법권 지대에 있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 석 달 사이에 7곳 정부 기관을 제집 안방 드나들 듯 점거했는가 하면 경찰 수십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시청 공무원의 뺨을 후려갈기기도 했다. 자동차 부품 회사가 납품을 하지 못하도록 공장 출입구를 트럭으로 무단 봉쇄해 자기들 요구를 관철시켰다. 당시에도 100명 넘는 경찰이 출동해 있었지만 사실상 방관했다. 부품 회사 대표는 "이 나라에서 직원을 뽑고 기업을 일구는 게 다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민노총을 이렇게 만든 것은 경찰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불법을 수수방관한 책임도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누구 눈치를 보겠나. 결국 정권이 민노총을 비호하기 때문이다.

법질서는 바로 세우기는 어렵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공권력이 공정성을 잃거나 무기력한 일이 일상화되면 무질서와 혼란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